전세사기 피해자들, 잇단 보증취소 남발
약관상 임차인 귀책없어도 전세사기 보증 취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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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투데이 이정연 기자 =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수십차례 반복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집주인의 문자메시지에 사회초년생인 전씨(27·경기 화성시)는 "회사를 잘 다니다가도 화가 불쑥 올라온다"고 말했다. 전씨가 사는 이 주택은 최근 경매에 넘어갔지만 1년도 더 걸리는 절차에 이사도 가지 못 하고 묶여있다고 했다. 다세대로 구성된 이 건물을 집주인이 매입한 금액은 33억원. 경매감정가가 34억원인데, 근저당이 10억원이고 나머지는 세입자 전세금으로 돼 있어 집주인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은 전형적인 깡통주택이다.
5일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연립·다세대주택에 발급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총 26만7942건이었다. 이 중 부채비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는 보증은 18만1972건(67.9%)이었다. 10건 중 7건이 깡통주택인 셈이다.
집주인의 비양심적 투기로 억울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가 난무하게 된 가운데 전세사기 'HUG 보증 취소' 사태가 올해 국감장을 달궜다. 세입자 책임이 아닌데도 잇달아 보증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해서다.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상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주채무자)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임차인(보증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약관을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시정권고를 한다고 이날 밝혔다. HUG와 약관조항에 대한 시정 협의를 진행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가 통계상 민간임대주택의 호수는 약 140만호 정도로,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사업자 수는 30만명이다.
이와 관련해 HUG는 공정위 권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 지적이 나와서 검토하고 있었다"며 "관련 소송들도 있어서 권고를 수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권고로 약관이 개정돼도 지금까지의 피해자들이 구제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신용호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소급효가 없기 때문에 약관을 개정하게 되면 장래에 이 약관을 이용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임차인들에게 적용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악질적인 전세 미반환 관련 전세사기로조차 인정받지 못 해 곤혹을 치르는 피해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처음부터 변제 능력이 없는데 작정하고 사기칠려고 거래했다는 증거가 있어야만 사기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법의 허점을 집주인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주인들은 곧 갚겠다는 식의 채무 이행 의지만 밝혀도 법적 책임을 빗겨나가고 있다. 전씨는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못 한 생활형숙박시설 세입자인 데다 전세사기 피해자로도 인정받지 못 했다. 전씨는 "언제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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