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이틀 뒤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회견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10%대로 내려앉은 윤 대통령 지지율을 회복할 새로운 돌파구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당초 미 대선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 등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전날 밤 전격적으로 당긴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어제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에게 국민과 소통의 기회를 일찍 가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대통령실 참모진도 같은 건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회견 형식부터 바꾸기로 했다. 이전과 달리 회견 시간과 질문 개수,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은 ‘무제한 끝장 회견’을 하기로 했다. 준비 시간이 이틀 남은 상황에서 던진 일종의 승부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맹탕 회견은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대통령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과 8월에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등으로 분야와 시간을 제한해 질문을 받았다. 김건희 여사 등 민감한 정치적 질문의 비중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풀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어떠한 질문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소상히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국민들이 듣고 싶은 대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도 30분을 넘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의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녹취록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허심탄회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법적 문제를 떠나 정치적 논란이 된 점에 대한 유감과 사과 표명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명씨와의 관계를 녹취록이 아닌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는 점은 참모들에게도 고심거리다.

김 여사 문제의 경우 곧 공사가 마무리되는 제2부속실 출범과 맞물려 외교 활동 외에 다른 대외 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어떤 방식이든 합의를 해오면 임명을 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까지도 “국면 전환용 대책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혀온 인적 쇄신 및 개각에 대한 입장 표명도 관심거리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용산도 올해 말쯤 임기가 2년을 넘은 장수 장관의 교체는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은 아닐지라도 변화를 예고하는 메시지는 던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하는 즉각적 쇄신과는 시차가 있는 것인데,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 부분은 한 대표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권에선 이번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정치권의 기대를 뛰어넘는 ‘플러스알파’를 보여주며 실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재차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기며 10%대의 덫에 갇혀 국정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개혁은 반드시 저항이 따르기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개혁에 실패하고 포기했다”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서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이뤄내고 자유와 번영의 길을 열어가겠다”며 재차 4대 개혁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날까지는 외부 일정 없이 참모들과 회견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