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을 찾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예고 없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최 외무상은 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과 회담하고 북한군 파병 문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시기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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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국방부가 현재 북한군 1만명 이상이 러시아에 가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쿠르스크를 포함한 전선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내부에서 점령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1~2주 전 국가정보원은 연말까지 1만2000명 정도 파병 (규모) 예측을 했지만, 한·미와 군 관련 정보기관을 통해 현재 러시아에 가 있는 (북한군) 인원을 1만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국정원은 당시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3000명이고 연말까지 추가 파병을 통해 최종 규모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북한군이 이미 전투에 투입되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 대변인은 ‘파병된 북한군이 교전을 벌였거나 전장에 투입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군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기관에서 우크라이나 현황 정보를 공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또는 국내외 여러 언론에서 여러가지 뉴스 소스를 토대로 이런저런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 단계에서 추가로 새로운 팩트를 설명드릴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군 사망자 40명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전 대변인은 “일일이 확인해드릴 내용은 없다”고 했다.
앞서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4일(이하 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주 8000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갔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는 1만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밀러 대변인은 “그들이 전투를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며 “나는 그것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했다는 보도나, 공병대와 같은 소규모 북한군도 목격됐다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모든 것을 조사하고 있다”며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이 내놓은 정보는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 정보와 차이가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연설에서 북한군 1만1천여명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군 숫자가 늘어나는 걸 보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파트너들로부터 나오는 대응은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소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첫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예고 없이 만났다. 최 외무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깊이 진정 어리고 따뜻하고 우호적인 인사”를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이 러시아 공휴일인 ‘국민 화합의 날’이라고 언급하면서 “휴일에 친구를 만나는 것은 아주 좋은 전통”이라며 최 외무상을 반겼다. 이날 예상 밖 회동은 북한의 파병과 관련한 푸틴 대통령의 ‘특별 대우’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긴밀해진 북-러 관계를 과시하려는 고려도 읽힌다.
권혁철 선임기자 nura@hani.co.kr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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