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금지 이후 열에 여섯 하락
호텔신라 -36%·엔케이맥스 -67%
장기적으로 펀더멘털 따라 주가 향방
"글로벌 기준 맞지 않아…외국계 빠져나가"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전 지난해 11월 3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40개 종목 가운데 26개 종목(65%)은 1년 새 주가(수정주가 적용)가 하락했다. 시장별로 코스피 20개 가운데 14개(70%), 코스닥 20개 가운데 12개(60%)가 1년 새 주가가 떨어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싼값에 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고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개선 청원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정부는 한시적(올해 6월 말)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전산화 시스템 마련 미비 등을 이유로 내년 3월 말까지 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그 사이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들의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다. 공매도 잔고 비중 7.64%로 코스피 가운데 가장 컸던 호텔신라(008770)는 6만 5000원에서 4만 1050원으로 주가가 36.85%나 떨어졌다. 이외 코스모화학(005420)(-39.37%), 후성(093370)(-38.78%), HS효성첨단소재(298050)(-36.51%) 등도 30%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종목 가운데 엔케이맥스(182400) 주가가 67.37%나 떨어졌고 심텍(222800)(-54.51%), 네패스(033640)(-53.80%) 등이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특히 공매도 금지 첫날 상한가까지 갔던 에코프로(086520)의 경우 1년 새 주가가 30% 넘게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247540) 역시 20%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이차전지 관련주의 경우 공매도 포지션을 잡았던 투자자들의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사는 환매수) 수요 유입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전기차 업황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 밸류체인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주가는 내림세를 보였다.
HLB(028300)의 경우 7.24%의 비중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컸으나 신약 개발 등 모멘텀으로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이기환 인하대학교 금융투자학과 교수는 “여론을 의식한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시장 비친화적인 인식만 심어줬다”며 “1년 새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종목) 주가가 빠진 것도 외국계 자금들이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이 공매도 금지를 이유로 한국을 선진 시장에서 관찰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날 열린 ‘코리아 캐피털 마켓 콘퍼런스 2024’ 행사에서도 피터 스테인 아시아증권시장금융시장협회(ASIFMA) CEO는 “한국 증시 저평가의 문제는 거버넌스 문제, 규제환경 등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매도 금지 이슈”라며 “공매도 거래 금지가 연장되면서 규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까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을 차질없이 구축하겠단 입장이다. 박재영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현실 타당한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차입 주식을 입고 후 거래하는 시스템과 장부 허위 방지 등을 위해서 안정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기환 교수는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제재를 강화하는 수준으로 시스템을 완비해 외국인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