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6 (수)

‘北 간첩 혐의’ 전 민노총 간부에 징역 15년 선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지난해 1월 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국내에서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전 민노총 간부에게 6일 징역 15년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5월 기소된 후 1년 6개월만에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이날 오후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민노총 간부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전 조직쟁의국장 석모(53)씨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또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에게는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5)씨에게는 징역 5년 및 자격정지 5년,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52)씨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석씨에게 징역 20년을, 나머지에게는 각각 징역 10년~3년을 구형했다. 이날 신씨를 제외한 3명의 피고인은 곧바로 법정 구속됐다.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의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북한 측에 전달하고, 북한의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의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나머지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을 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0일 구속 기소됐으며, 지난해 9~10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재판부는 2시간 30분에 걸쳐 판단 이유와 양형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집회, 결사, 표현, 통신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고 있으나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건 아니며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위협이 현존하는 이상 국가 안전과 국민 생명,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석씨에 대해 “민주노총 비밀조직 지사장으로 불리며, 102회에 걸쳐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수신하고, 문건을 작성해 제공했으며 비밀을 탐지, 수집해 정보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비밀 회합해 목적을 수행했다”며 “북한 정권에 충성을 맹세하는 보고문을 작성하고, 반국가단체의 영향력이 민주노총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해 민주노총의 혼란 뿐아니라 사회 혼란으로 이어져 국가 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을 이롭게 하고, 분열과 혼란을 초래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큰 범죄이며,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민주노총의 간부가 대정부투쟁의 활동 방향을 북한 정권에 유리하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정권의 붕괴와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위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조합비를 납부해 온 전체 조합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조 활동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이라는 반국가단체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헌법에서 규정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정면 부정하는 게 돼 노조는 그 존재의 의의를 상실하게 된다”며 “북한 공작원의 지령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오로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북한 정권이 원하는 반에 따른 사회 분열과 혼란 조성, 정권 퇴진, 반미·반일 감정 확산 등 만으로,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민노총이) 북한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그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해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상실하게 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원=김수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