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한미동맹 지지 초당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외교 현안 관련 긴급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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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향한 정치권 무관심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반도가 요동을 칠 수도 있는 상황,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쟁에만 매몰된 여야를 보며 지나치게 한가해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한국일보가 지난 한 달간 양당 대표의 최고위원회 공개 발언을 분석한 결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적으로 내놓은 미국 대선 발언은 '0'회였다. "미국 대선이 임박했다" "한반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등의 원론적인 발언만 있었을 뿐이다.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자유롭게 내놓는 발언에 '미국 대선'의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의혹 등 정치 공방만 가득했다.
한 대표는 선거가 끝난 6일에서야 '국방·외교 현안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그나마 '안보 정당'을 자임하는 국민의힘이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한 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어떤 분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든 간에 미국 내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초당적이다"라며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내놓은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이 같은 한가로움은 4년 전 미국 대선 때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미국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핵화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 외교 안보 정책의 기본 입장을 밝혀달라"고 적극 요구했다. 원내도 바쁘게 움직였다. 대표적인 미국통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의원총회에서 미국 대선을 주제로 강연을 하는가 하면,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도 관련 간담회 등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 흔한 전문가 좌담회도 이번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9월과 10월 각각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과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주최로 '미 대선 이후, 우리의 과제' '미국 대선 이후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 게 전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 되면서, 미국의 정권 교체를 대비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됐던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김세연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를 참관한 여야 의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최형두·조정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김한규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정도가 지난 8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참관했을 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력 대선 주자 두 사람이 국내 정치에만 매몰된 꼴"이라며 "8년 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때 일면식만 있던 안상수 전 의원에게 모든 관심이 쏟아졌던 촌극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권우석 인턴 기자 kws6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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