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한반도 안보 태풍속으로
2017년에도 핵 위기 뒤 정상회담… 北, 트럼프 당선 기대 핵 개발 계속
통미봉남 시도하며 ‘韓 패싱’ 가능성… “한미 확장억제 동력 약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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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와 한미동맹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6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징검다리 재선이 확정되자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케미스트리’를 과시하며 직접 담판에 나서겠다고 공언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이런 트럼프 당선인과의 재회를 기대하듯 조 바이든 정부 내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강변하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왔다.
김 위원장은 우선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릴레이 도발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처럼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트럼프 당선인과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핵동결·핵군축을 대북 제재 완화와 맞바꾸는 식으로 북-미 직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를 패싱하고 미국과만 테이블에 마주 앉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먹힐 경우 한국에 닥칠 안보 리스크가 급격히 커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 트럼프-김정은, 韓 패싱 핵동결 직거래 우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 임기 중 김 위원장을 세 번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여러 차례 친분을 과시했다.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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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고 밝혔다. 또 “언론은 싫어했지만 많은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다”며 “김정은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유세 중에도 그는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냈다. 매우 좋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절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직접 만났고, 친서도 다수 주고받은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각 협력을 축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강화를 통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기조를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북한 릴레이 도발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바이든 정부 탓으로 돌리며 직접 핵담판에 나설 뜻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6월 대선 첫 TV토론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김정은은 바이든(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을 존중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북-중-러 ‘스트롱맨들’과 직접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는 ‘스트롱맨’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김정은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다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후 갑자기 극적인 협상판을 만들어 바이든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 ICBM 도발 등으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긴장 수위가 올라갔지만 그 이듬해에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정세가 급격하게 바뀐 바 있다.
● 정부 “美 안보우산 약화 우려”
특히 북한 핵능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보다 크게 진전됐다. 앞서 9월 미 대선을 53일 앞두고는 핵무기 생산의 ‘심장부’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우리 정보 당국은 최근 북한이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소형 전술핵탄두 ‘화산-31’ 탑재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내렸다.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모두 끝낸 북한이 이 핵탄두 성능을 최종 입증하기 위해 조만간 핵실험에 나설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에선 이런 북한의 핵 보유를 이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안보 환경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평가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에겐 실리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최우선 고려 요소”라며 “기약 없는 비핵화에 매달리기보단 김정은에게 일부 제재 해제를 당근으로 주며 핵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북핵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구축해 온 확장억제 강화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9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안보우산이 약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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