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에 포격을 하고 있다. 히르키우/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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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 변호사·사회학자
기름을 끼얹고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한 이후, 정부와 여당에서 ‘국군 파병은 의무’, ‘개별(개인단위)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가능’이라는 주장이 넘실거린다. 국회 동의 없는 파병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다. 쟁점은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정한 헌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다. 이 해석에 대한민국이 전쟁으로 빨려 들어갈지가 달려 있다.
혼란을 주는 지점을 먼저 정리하자. 국방부 훈령인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 2010년부터 “개인단위 해외 파병은 국회의 동의 없이 국방부 장관의 정책 결정”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겼다. 정부와 여당, 많은 언론이 이 조항을 언급하며 소규모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단언하건대, 이 훈령은 헌법 해석에 있어서 고려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훈령과 같은 행정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것이고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최고 규범인 헌법을 해석하는데, 법률이나 대통령령도 아닌 최말단 부령에 근거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예시를 하나 들면 이렇다. 헌법 개정 절차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훈령에 ‘경미한 헌법 개정은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 없이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있다’라고 슬쩍 규정해놓았다면, 그게 효력이나 의미가 있는가? 전혀 없다.
헌법재판소의 관련 판단이 없는 상황에서, 헌법 해석의 기준은 세가지다. 헌법 명문 규정의 내용, 입법부 권한인 만큼 입법부에서의 논의, 그간의 파병 관행. 헌법 제60조 제2항은 간결하다.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전쟁을 하거나 국군을 외국에 보내거나 외국 군대를 불러오려면, 이 중차대한 일을 행정부가 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60조 제1항은 조약에 관한 국회 동의권 규정인데, 이때는 ‘중요한’ 조약에 한정해 동의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두 조항을 대비해 보자. 조약은 ‘중요한’ 조약에 한해 국회 동의권을 행사하도록 했지만, 국군의 외국 파견은 아무런 수식도 없다. 모든 파병이 국회 동의권의 대상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국회에서의 논의는 어떨까? 국회에서는 파병과 관련해 두가지 법률이 논의되었다. 2009년 제정된 ‘유엔평화유지활동법’과 19·20대에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는 못한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다. 두 법안의 규정과 논의 과정 전체를 살펴보았지만, ‘개별(개인단위)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가능’이라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반대 논의가 가득하다. 위 법안에 대해 2013년 작성된 국회 검토보고서에는 “개별 파견요원의 해외 파견은 국회 동의 사항이 아닌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기에 문구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유엔평화유지활동법의 중요한 특징은 병력 규모 1천명의 범위에서, 파견 기간이 1년 이내의 경우, 국회 파병 동의를 ‘사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내용을 두고 국회의원들은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권 침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절대 국회 동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사후에 국회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선행 파병 논의는 모두 취소된다 답변했고, 겨우 법안이 통과되었다. 제한적인 상황에서의 파병조차 국회 동의권 행사는 필수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관행은 어떨까? 1994년 이후 개인단위 파병이 국회 동의 없이 이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이 위헌적인 관행이 지속되었던 이유는 그 규모와 형태에 있다. 국회 동의 없이 이루어진 파병의 숫자는 2024년 6월 기준 지난 30년간 총 178명에 불과했고, 그 역시 모두 유엔임무단이나 다국적군이었다. 이 관행에 대해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극히 한정적인 규모로, 그것도 무력 충돌 중 일방의 편에 서는 활동이 아니었기에 교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우크라이나 국군 파견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유엔도 다국적군도 아닌, 한국의 독자적인 작전 수행을 위한 파견이다. 극히 소수의 예외적인 관행이 존재했을 뿐이고, 현재 논의되는 파견은 이 예외적 관행과도 전혀 다르다.
전쟁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헌법 제60조 제2항을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이들이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 헌법을 지켜야 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인근 미국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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