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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한국 머니머신” 트럼프, 방위비·관세 인상 등 다중 압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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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일(현지시각)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연단에 오르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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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대선에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한-미 동맹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의 정책과 태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내놓은 정책과 발언을 보면 한국은 다중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도 집착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지난달 초 2026~2030년이 적용 기간인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맺었다. 적용 첫해인 2026년 분담금을 2025년 대비 8.3% 증액한 1조5192억원(약 11억달러)으로 정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폭스뉴스 주최 행사에서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병력 4만명(실제로는 2만8500명가량)을 배치했지만 “한국은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들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13조6500억원)를 낼 것”이라며, 2026년 분담금을 기준으로 할 때 그 9배를 받아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또 그는 “한국은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기회에도 “한국은 부자 나라”이지만 돈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들에 대해서도 “돈을 내지 않는다”며 방위 예산 증액을 거칠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태도로 볼 때 체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방위비분담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을 압박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친밀한 관계임을 주장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재개할지, 어떤 방향으로 북-미 관계를 설정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여러번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김정은은 나를 그리워할 것이다”, “핵을 가진 자와는 잘 지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 북-미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진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북-미 대화에 개입하고 한국의 이해를 반영할 공간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북 관계는 북한이 한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라고 헌법에 명시했다고 할 만큼 파탄 상태다.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게 만드는 선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럴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 쪽의 의구심 증폭과 맞물려 안보 불안에 대한 지적이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6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축하한다”며 “그동안 보여주신 강력한 리더십 아래 한-미 동맹과 미국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날 것”이라고 영어로 메시지를 올렸다.



트럼프가 집착하는 무역 분야에서도 압박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20%를 매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444억달러(약 61조36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에 표적이 될 공산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일 때인 2018년 이 협정의 재협상을 이뤄낸 것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 한국의 자동차와 반도체 대기업들의 이해가 걸린 전기차 보조금이나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등의 정책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이런 보조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보조금으로 유인하는 게 아니라 관세 부과로 압박해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이승준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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