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이익 이해시켜야"…호주 총리·주미대사, 트럼프 비난 과거 발언도 재조명
트럼프 당선 알리는 호주 신문들 |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미국 동맹국인 호주는 트럼프 정부에서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가 계속 유지·발전될 수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호주는 2021년 영국, 미국과 오커스를 결성하고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호주는 2030년 초까지 미국산 버지니아급 핵 추진 잠수함 최대 5척을 구매하고, 2050년대 중반까지 영국 설계도에 기반한 핵 추진 잠수함 8척을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그가 주장해온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노선에 따라 핵 추진 잠수함 구매와 기술 이전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했다며 "우리는 동맹의 중요성과 안보, 오커스, 무역 및 투자에서 호주와 미국 관계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호주와 미국은 오랜 동맹국이자 진정한 친구"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하고 양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억지력을 원하기 때문에 잠수함을 구입하고자 하며 이는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지역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집권 때 호주 총리를 지낸 맬컴 턴불 전 총리는 이날 호주 A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잠수함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절대로' 구매하지 못할 것이라며 "오커스 계약은 매우 비대칭적인 계약이며 모든 위험은 호주가 떠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호주 야당 예비 내각에서 외교부를 담당하는 사이먼 버밍엄 상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트럼프 당선인과 차기 정부에 오커스가 얼마나 상호 이익이 되는 협정인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
이런 가운데 호주 주요 인사들과 트럼프 당선인의 구원(舊怨)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앨버니지 총리는 야당 의원 시절이던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속어를 섞어가며 "그는 나를 겁나게 한다. 자유세계 지도자가 트위터에 올리는 140자를 통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앨버니지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 계획은 없다며 "그와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답했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호주 26대 총리를 지낸 러드 대사는 2013년 총선 패배 후 정계를 떠나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 소사이어티를 이끌며 중국 전문가로 활동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 당선인을 '서구의 반역자', '파괴적인 대통령'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3월 그가 대사로 취임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를 잘 모르지만 약간 불쾌하고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 들었다"라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가 적대적으로 나오면 "그는 오래 있지 못 하고 호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호주 외교부는 러드 대사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대통령직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개인 웹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트럼프와 관련된 과거 논평을 삭제했다며 "대사로서, 나아가 호주 정부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으로 오해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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