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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해리스 시대 부통령 꿈꿨던 '좋은 이웃' 월즈... 대선 패배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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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러닝메이트 월즈 주지사
주방위군·교사·미식축구 코치
'보통 사람' 내세워 친근한 정치
보육 젠더 환경 진보적 성향도
한국일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8월 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손을 맞잡은 채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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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과 낚시, 맥주를 즐기는 중서부 농촌 출신 보통사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는 스스로를 '평범한 이웃'으로 내세웠다. 수십년 동안 주방위군 군인, 공립 고교 교사 및 미식축구팀 코치로 일하며 '엘리트 정치인은 모르는 삶의 저변을 경험했다'는 것이 그의 정치적 무기다. 미국 변방 미네소타에서 주지사 재임 기간(2018~24년) "미국에서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주"를 목표로 각종 복지 젠더 환경 법안을 통과시킨 진보 성향 인사이기도 하다. 부친은 6·25전쟁 참전용사로, 한국과의 인연도 깊었다.

"작은 마을에서 공동체 의식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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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방위군 복무 당시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 모습. 월즈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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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문 전 월즈의 삶은 평범 그 자체였다. 1964년생인 월즈는 네브라스카주 농촌 마을 웨스트포인트에서 태어났다. 주에서 가장 큰 오마하에서 95㎞가량 떨어진 인구 3,500명 규모 마을이다. 월즈는 2024 대선 유세 기간 "작은 마을에서 자라 서로를 돌보는 법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17세였던 1981년에는 육군 주방위군에 입대해 24년간 복무했다. 군인 출신 아버지 뒤를 따른 이력이었다. 참전 경험은 없고 군 생활 대부분을 미국 내 자연재난 복구 임무에 쏟았다. 소속 부대가 이라크 파병 통지를 받기 두 달 전인 2005년 5월 돌연 전역해 "파병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캠프가 제기하기도 했다.

월즈는 군 복무 기간 교사 업무도 병행했다. 1989년 네브라스카 채드론주립대 교육학과를 졸업해, 같은 해 중국으로 건너가 2년간 교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1996년부터는 미네소타 맨케이토웨스트고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학내 미식축구팀을 이끌었다. 월즈의 미식축구팀은 1999년 사상 처음으로 주 대회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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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월즈(가운데) 미네소타주지사가 과거 미네소타주 맨케이토웨스트고에서 미식축구 코치로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 월즈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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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기관 교사·코치 경력은 월즈가 자신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기반이 됐다. '학생들을 이끌었던 자상하고, 평범하고, 세상 물정에 빠삭한 비엘리트' 이미지를 월즈는 십분 활용했다. 유세 기간 상대 트럼프 캠프를 겨냥해 "학교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불량배들(bullies)을 잘 알아본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보육 1위' 추구했던 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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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월즈 미국 미네소타주 주지사가 2022년 재임 당시 관내 한 학교에 방문해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월즈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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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생은 2004년 시작됐다. 학생 한 명이 당시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W. 부시의 미네소타 유세장을 방문했다가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사건이 계기였다고 한다.

월즈는 미네소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2006년 미네소타 제1선거구에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6년 당선까지 내리 6선에 성공했다. 해당 지역구는 월즈 이전 100년 동안 민주당 의원이 단 한 명만 배출됐던 곳이었다. 월즈의 '보통 사람' 전략이 만든 이변인 셈이었다. 2018년 월즈는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

주지사로서 월즈는 진보적 의제를 밀어붙였다. △자녀 세제 혜택 △무상 등록금 △보편적 무상 급식 등 보육 정책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주 차원의 임신중절(낙태)권을 보장하고 성전환자 진료 거부 의료기관을 제재하는 등 젠더 정책도 추진했다. 월즈 부부가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로 딸 '호프'(희망)를 가졌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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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월즈 미국 미네소타주지사가 2004년 10월 자신의 딸 '호프'와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4 미국 대선 레이스 기간인 지난달 14일 월즈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이다. 월즈 페이스북 캡처


다만 월즈는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관련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백인 경찰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던 플로이드 사망 지역이 월즈가 주지사로 있던 미네소타의 미니애폴리스였다. 당시 월즈는 주방위군을 즉각 투입하지 않아 폭동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영리단체의 보조금 횡령을 적절히 감독하지 못했다는 논란도 있다.

"이상하다" 한마디로 시작된 부통령 후보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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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월즈 미국 미네소타주지사가 지난 8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하고 있다. 시카고=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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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즈를 일약 해리스 캠프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올린 계기는 "이상하다(weird)" 한 마디였다. 극단적인 막말을 쏟아내던 트럼프 캠프 인사들을 효과적으로 비꼰 이 단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며 해리스 캠프의 이목을 끌었다. 부통령 후보 지명 전 해리스와 가진 면담에서 "'믿음직한 2인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던 모습은 월즈가 경쟁 후보들을 꺾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6·25 전쟁 참전용사였던 부친 제임스는 월즈가 19세 때 암으로 사망했지만 월즈는 대선 유세 기간 부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월즈는 또한 동맹을 중시하는 대외정책을 지지한다고 수 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선 패배로 그의 진보 의제와 정책을 펼칠 기회를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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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팀 월즈(오른쪽) 미국 미네소타 주지사가 6·25 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 제임스에게 안겨있다. 월즈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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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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