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연간 관리 차원…한시적으로 제한"
여름에 연간 목표 150% 취급…경영계획 수립 안일했나
가계 대출 옥죄기를 이어오던 주요 은행들이 사실상 올해 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모양새다. 일부 은행이 핵심 대고객 창구로 활용하던 비대면 채널의 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시장 급변과 금융당국의 정책 혼선까지 엮이며 시장 예측과 경영계획의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데 대해선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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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모바일창구 닫혔다…영업점도 개점휴업?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 우리, 기업 등 일부 은행들은 당분간 일부 비대면 대출 상품의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민, 하나 은행 등은 아직 비대면 대출 창구를 닫지는 않았지만 대출을 여전히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은행이 비대면 대출 상품의 취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최근 몇 달 간 이어지고 있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차원에서다.
올 여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이를 촘촘하게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고 은행들은 연이어 우대금리 축소, 다주택자 대출 취급 제한 등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정책을 펼친 이후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속도는 확실하게 더뎌졌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1141억원 늘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9조6259억원, 5조6029억원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연하게 낮아진 수준이다.
증가폭은 꺾였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잔액이 높은 수준이라 당분간은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게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원인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비대면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며 "이는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장기화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단 비대면 뿐만 아니라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대출을 받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은행들이 각종 우대금리 항목을 축소해 대출 차주의 부담을 키우거나 대출 심사를 더욱 빡빡하게 하면서 대출이 실제 취급되는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일단 은행 자체 재원으로 나가는 대출은 취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정책금융상품이 취급되고는 있지만 이 상품들의 조건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역시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목표액 미리 정해두면 뭐하나
은행들은 연초 금융당국과 함께 은행별로 연간 가계대출 취급 총액을 설정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뇌관으로 가계대출이 줄곧 지목되면서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치는 올해가 절반가량 지났을 때 이미 실패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개 은행의 연간 계획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 비율은 150.3%라고 밝힌 바 있다. 가령 연간 100만원만 추가로 더 대출을 내어주겠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8월에 이미 150만원의 대출을 내어줬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연초 계획 수립 당시에 비해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 연간 계획이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여신관리부서 관계자는 "연초에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고 9월 강력한 대출 규제(DSR규제) 강화도 예고돼 있던 상황이어서 급격한 상승세는 없을 것으로 봤다"라며 "주택가격, 대내외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지나치게 급변하다 보니 계획이 틀어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금융당국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에 혼선을 줬던 점도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은행들의 예측과 경영계획의 실패가 결국 금융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회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 2021년 가계대출 관리 실패로 연말에 대부분 은행이 대출 취급을 중단한 전례가 있어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이라는 것이 대부분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소비자들이 접근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처럼 급하게 대출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공감한다"라며 "올해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은행 경영 계획을 조금 더 세밀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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