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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김건희만을 위한 광대극, 이제 막을 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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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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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제 | 논설위원



또 한번 ‘혹시나’는 ‘역시나’로 드러났다. 언제까지 이 어설픈 기대와 확실한 실망의 도돌이표를 계속해야 하나, 많은 국민이 깊은 좌절감을 느꼈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 말이다.



윤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했다. ‘웬일로 사과를 다 하네’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재발을 막을 대책은 뭔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여당과 보수 매체들까지 무조건 사과하라고 주문들을 해대니, 내 들어는 주겠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사과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2의 개사과’다.



실제 제기된 모든 의혹과 문제에 대해서는 변명과 부인, 반박으로 일관했다. “김영선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한 육성 녹음에 대해선 “무슨 공천 관련 얘기를 한 기억은 없지만, 했다면 당에 이미 정해진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 경선 뒤 명태균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거짓 해명을 한 걸 두고는 “명태균 축하 전화 받았다고 참모진에 분명히 얘기했는데, 참모진이 언론에 가장 기본적인 말만 한 것 같다”고 참모 실수로 돌렸다.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그런 참모라면 바로 물러나거나 잘라야 하지 않나.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선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티를 팍팍 냈다. “대통령 부인이 선거도 좀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하기를 좀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저희 집사람도 없는 거까지 만들어서 악마화시킨 건 있다”고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리를 요구한 ‘김건희 라인’에 대해선 “김건희 라인이란 말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 “아내의 조언 같은 것들을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우리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요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방 동행을 포함한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 또한 일축했다. “저나 제 핵심 참모들이 판단할 때 국익이라든지 관련해서 꼭 해야 한다 아닌 것은 사실상 중단해왔고, 앞으로도 중단할 것이란 겁니다.” 중단이란 표현을 썼지만, 실은 그동안 해왔듯이 앞으로도 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한번이라도 김 여사가 해외 순방에 빠진 적이 있었나? 당장 이번달에 줄줄이 예정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함께 순방에 나설 태세다. 말로만 죄송, 입으로만 쇄신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정치선동”이라며 또다시 거부권을 쓰겠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이미 (지난 정부에서)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김건희의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지만 기소 못 했지 않냐”고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정작 이 정권 들어 친윤 검찰조차 2년 넘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지 못하다가, 김 여사 소환조사를 주장하던 수사 지휘부를 갈아치우고서야 검사 휴대폰까지 반납한 치욕적 출장 조사 끝에 면죄부를 내줬다는 사실은 기억에서 지워버린 건가.



뜻밖의 성과가 없진 않다. “국민의힘 입당 뒤 여기저기 다니고 지쳐서 집에 와서 자면은 아침에 일어나보면 (제 아내가) 5시, 6시인데 안 자고 제 휴대폰 갖고 답하는 거예요. 잘 하겠습니다라거나 잘 챙기겠습니다 답을 (하느라)”라고 한 대목이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자신인 양 윤 대통령 휴대폰을 무시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을 자초한 김 여사의 무분별한 외부 연락에 대해 “전부 제 책임”이라며 “대통령 돼서도 검사 때 휴대전화를 계속 쓴 것”을 이유로 들었다. 당장 지난해 8월2일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휴대폰에 한남동 관저에서 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의 휴대폰 번호가 찍힌 사실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 전화를 건 사람은 윤 대통령인가, 김 여사인가?



많은 이들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사적 인연보다 공공의 요구와 가치를 앞세우길, 솔직하고 품격 있게 과오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쇄신책을 제시하길 바랐다. 윤 대통령이 보여준 건 김 여사만을 위한 궤변과 장광설일 뿐이다. 이 지루한 1인극을 더 지켜봐줄 여유가 대한민국엔 없다. 조기 종연을 권한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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