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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공수처 핑퐁 ‘감사원 간부 뇌물’ 사건 직접 처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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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중앙지검이 공수처와 '사건 핑퐁' 논란을 빚은 감사원 3급 뇌물 수수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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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사건 핑퐁’ 논란을 벌였던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해 처분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월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에 사건을 돌려보내자 공수처가 이를 거부한 지 10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중순부터 공수처와 감사원 간부의 뇌물 사건을 어디에서 보완수사할지 협의한 결과 처분 권한이 있는 검찰이 하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으로 7일 파악됐다. 공소시효 문제와 피의자를 언제까지 불확실한 신분으로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협의에서 공수처는 “이미 보낸 사건을 우리가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이같이 정리했다고 한다. 검찰에 일반 공직자 뇌물 사건에 관한 처분 권한이 있는 만큼 중앙지검이 직접 보완수사한 뒤 종결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 2년간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가 사건 내막을 잘 아는 수사인력을 지원하는 방식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만히 합의된다면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협조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수사 인력이 중앙지검에 상주하면서 수사를 도울지, 필요시에만 유선 등으로 협조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감사원 건설·토목 관련 부서에 재직하던 3급 간부 A씨가 차명회사를 설립해 감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10억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사건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중앙지검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해달라며 사건을 송부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중 판사·검사·고위직 경찰에 대해서만 직접 기소할 수 있어 수사 결론을 내고 검찰에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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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3급 간부인 A씨는 차명회사를 설립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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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건을 송부받은 중앙지검은 지난 1월 “기소 결론을 내리기엔 수사가 미진하다”며 공수처에 사건을 다시 반송했으나 반려당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검찰 간부는 “법원에서 피의자 구속영장 기각을 당했지만, 기각 사유에 대한 별다른 보완 없이 사건을 보냈다”며 “공수처가 수사를 미진한 채로 보낸 사건이 쌓으면 점차 검찰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후 6개월간 사건은 방치되다가 지난 7월에 대검과 공수처는 업무 협의체를 열고 감사원 간부 사건을 논의했다. 하지만 해당 회의에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석달여간 더 사건 논의가 없다가, ‘사건을 계속 둘 수 없다’는 공감대로 중앙지검과 공수처 간 논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다만 이번 사건과 별개로 앞으로도 공수처와 검찰 간 사건 핑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공수처법 26조는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한 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하고,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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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에 걸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 사진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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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이송할 수 있고, 공수처 사건사무규칙도 다른 수사기관에서 이송받은 사건을 수리하도록 규정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이는 사법경찰관과 검찰에게 해당되는 규정이며, 공수처 사건사무규칙도 법적 근거를 갖춘 경우에 해당된다. 공수처법 26조에 따르면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다시 보낼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공수처 적대 관계 속에서 이런 기싸움은 계속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국무총리실 등 중심으로 양 수사기관의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가 수사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기소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수사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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