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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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의 또 다른 주인공은 김건희 여사였다. 이날 윤 대통령이 받은 질문 26개 가운데 6개가 김 여사 관련 질문이었는데, 정치·경제·정책·외교·안보 분야를 두루 포괄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주제에 이렇게 질문이 집중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김건희 리스크’가 현재 국정 난맥의 핵심이란 얘기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국민들 앞에 직접 사과할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이번 회견을 준비하면서 김 여사가 뭐라고 했는지 알려달라”는 김 여사 관련 6번째 질문에 이르자 “하…”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 윤 대통령은 “사람들과의 관계 이런 건 대통령 후보고, 당선자고, 대통령인 내가 제대로 관리했어야 되는데 그걸 제대로 못해 일단 내가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원래는 이달 중순 (국외) 순방을 다녀와서,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고 타운홀 미팅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다 순방 열흘 전에 (기자회견을) 하는 게 좋겠다고 발표가 나간 뒤 밤에 집에 들어가니, (김 여사가) 기사를 봤는지 하여튼 사과 좀 제대로 좀 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공지하면서 대통령실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충분히 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끝장 회견’을 예고했다. 이 때문인지 이날 기자회견은 125분으로 직전인 8월 기자회견(84분, 질문 19명)보다 41분가량 늘었고, 회견에 앞선 대국민 담화는 약 40분에서 15분으로 줄었다. 장시간 회견에 대비해 윤 대통령은 이전과 달리 앉아서 질의응답을 이어갔고,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는 것이다” “제가 설명을 좀 자세하게 하겠다”며 특정 질문엔 길게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뒤 처음 고개 숙여 한 사과는 ‘사과의 내용’이 분명치 않아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께 사과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을 존중·존경하는 일”이라는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무색케 했다. 김 여사와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도 명쾌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낮 12시가 넘어가자 윤 대통령은 “이제 (질의응답) 하나 정도만 하자. 목이 아프다”며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더 할까?”라고 하면서 2명의 질문을 더 받았고, 사회를 본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끝내려는 기미를 보이자 “좀 더 해” “우리 외신 기자 마지막으로 한분 여쭤보지”라며 다시 3명에게 질문 기회를 줬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정 대변인에게 반말로 지시했는데, 이를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선 “공식적인 자리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지목한 외신 기자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엔케이(NK) 뉴스’의 채드 오캐롤인데, 영국 런던 출신인 그가 한국말로 질문을 하자 윤 대통령은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기자는 영어로 다시 질문을 했다. 회견 뒤 같은 매체의 김정민 기자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영상의 기자는 저희 회사 시이오(CEO)입니다. 한국어 질문 저랑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도 많이 하고 갔답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김 여사 논란 관련 질문엔 굳은 표정을 많이 보였지만, 사이사이 농담을 던지며 답변할 시간을 벌고 긴장을 풀려 했다. “한 대표와의 갈등을 풀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하면 지지율이 떨어지겠지만, 언론에서도 자꾸 갈등을 부추기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한 뒤 크게 웃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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