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공익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l 한겨레출판 l 2만원
류하경 변호사는 2013년 초 권영국 변호사 사무실에 실무수습생으로 출근해 신세계이마트 그룹의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는 일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그 뒤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 쟁의행위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고소·고발, 철거민과 노점상 투쟁 등 꾸준히 약자들의 편에 서 온 활동으로 ‘공익·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그가 ‘공익’이라는 개념을 문제 삼고 나섰다. ‘불온한 공익’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이라는 개념은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아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이다.”
사회가 허용하는 공익의 범위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책 제목에 담겨 있다. 가령 서울 서대문구가 ‘용역 깡패’들을 동원해 노점상을 폭력적으로 철거한 사건에서 결국 노점상들이 패소했는데, 지은이는 구청 쪽의 철거 행위가 위법이며 노점상들의 대응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지를 펼쳤다. “진짜 가해자는 공무원과 용역 깡패, 진짜 피해자는 철거민, 노점상인데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들의 지위를 바꾼다.” 2013년 7월 대한문 앞에서 신고를 마친 집회를 가로막는 경찰을 몸으로 밀어내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기소되었던 그가 1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공익의 범위를 좀 더 ‘불온한’ 쪽으로 넓힌 사례라 하겠다. 이밖에도 스쿨미투 정보공개 청구, 경비 노동자 갑질 사망 사건, 코로나19 시기 집회·시위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등의 사례를 통해 공익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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