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휴먼 디지털트윈 적용
"임상비용 낮추고 성공률 높여"
홍수지 오프리메드 대표는 "저희가 개발한 휴먼 디지털트윈 기술은 국내에서 최초,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선보이는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협력해 개념검증(PoC)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오프리메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에는 최적의 경로와 구조적 무결성, 연료 효율 등을 평가하기 위해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거친다. 실제 발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예측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신약개발은 어떨까.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는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과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된다. 대형 제약사도 단 한 번의 실패로 휘청일 수 있다.
스타트업인 오프리메드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휴먼 디지털트윈(가상환자) 모델 '옵티비스'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임상환자와 통계적으로 구분이 불가능한 가상환자를 생성해 신약개발 과정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기업부설연구소에서 홍수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디지털트윈이라는 개념은 2000년대 초 우주산업에서 처음 등장했다"며 "이 기술을 적용해 우리는 실제로 가보지 못한 우주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디지털트윈 기술이 활용되는 것과 달리 제약산업에서는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많은 실패를 경험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리메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임상시험 최적화와 후보물질 발굴 두 분야로 나뉜다.
옵티비스는 임상시험에 등록한 환자의 정보를 학습한 뒤 환자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가상환자를 생성한다. 제약사는 이 가상환자를 활용해 의약품의 예후(처방 후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약물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환자군을 선별하고, 적절한 투여용량과 기간을 사전에 파악해 시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옵티비스로 만든 가상환자는 실제 환자를 대체할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유럽의약품청(EMA)에 이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계 기업인 '언런'의 디지털트윈 기술을 임상시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글로벌 빅파마인 머크는 면역학 분야 신약개발에 언런의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하는 내용의 협력계약을 맺기도 했다.
임상시험이 종료되면 옵티비스는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의약품의 치료 효과가 나빴거나 좋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홍 대표는 "언런과 달리 우리 모델은 성능도 좋고 자체적인 신경 네트워크 모듈을 개발해 임상시험에서 예후가 안 좋았다면 어떠한 원인을 개선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며 "동양인에 대한 가상환자도 전 세계에서 오프리메드만 구현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협력요청)이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오프리메드는 올해 유럽과 미국에서 열린 국제 신경학회에서 옵티비스의 서비스와 성능을 소개했다. 지난 6월 유럽신경과학학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는 옵비티스의 기술이 '혁신적'이라고 답했다./사진=오프리메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옵티비스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오프리메드가 제공하는 AI 신약개발 서비스는 임상학적 근거에 기반한다. 의약품을 처방받은 가상환자의 예후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질병의 표적이나 원인(바이오마커)을 발굴하는 식이다.
홍 대표는 "기존의 AI 신약개발사와 반대로 저희는 임상학적인 근거에서 시작해 신경 분자적인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며 "이런 방법론이 질병의 원인이나 의약품의 타깃, 치료범위(적응증)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 더 빠르게 찾아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오프리메드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노인성 질환 시장을 타깃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개발이 어려운 분야인 만큼 AI가 혁신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 모델은 이미 완성됐으며 노인성 질환을 중심으로 매년 두 개의 신규질환 모델을 오픈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제약사가 임상시험에 실패해 들어간 비용은 1년 기준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간 예산의 3배 규모"라며 "전 세계적으로 제약산업은 투자 수익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성공에 대한 압박감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하면 임상시험 모집 환자수를 최대 50% 줄일 수 있고, 사전에 예후를 예측해 치료에 최적화된 환자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며 "현재 국내외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확보한 근거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