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는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75~5%에서 4.5~4.7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과 파월 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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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베이비 컷’을 택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통화정책 방향으로 옮겨갔다. 내년 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윤곽이 드러나면 금리 인하 항로가 바뀔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75~5%에서 4.5~4.7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12명 위원 모두 ‘베이비컷’에 찬성하면서다. 지난 9월 회의에서 4년 6개월 만에 과감히 ‘빅컷(0.5%포인트 인하)’으로 금리 경로를 튼 데 이어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5%포인트로 다시 줄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
Fed는 성명서를 통해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전진을 이뤘지만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의 양대 축인 물가와 고용이 양호해 Fed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Fed가 물가지표로 중요하게 따지는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 9월 기준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 2021년 3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다. 고용지표인 10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1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이는 대형 허리케인과 항공사 보잉의 파업 여파로 노동 시장은 양호한 상태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달 FOMC에 대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고, 서프라이즈 요인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FOMC 직전 98%에 달했다. 특히 시장은 제롬 파월의 발언에 주목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열린 첫 FOMC인 데다 ‘트럼프 재집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금리 인하 항로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큰 트럼프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이다.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리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금 감면 등 돈을 푸는 재정정책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린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는 트럼프 공약이 실행될 경우 내년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0.7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대선의 통화정책 영향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대선 결과는 Fed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짐작하거나, 추측하거나, 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차기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이 구체화하기 전까진 ‘중립금리(경제가 과열ㆍ침체하지 않도록 하는 적정금리)를 향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지난 9월 점도표(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 도표)에 따르면 Fed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는 4.4%(중간값), 내년엔 올해보다 1%포인트 인하한 3.4%를 제시했다. 윤여삼 메리츠 증권 연구위원은 “11월에 이어 다음 달에도 0.25%포인트 인하하고, 내년엔 매 분기한 차례씩 완만한 속도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경민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윤곽이 드러나면 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기존 예상보다 더 늦출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큰 불확실성에 놓인다면 (금리 인하) 속도를 기존 예상보다 늦추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와 감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강도로 현실화되는가에 따라 앞으로 금리 인하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Fed의 금리 결정만큼 파월 의장의 임기도 화제였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만둘 것이냐 기자의 질문에 “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또 미국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포함한 Fed 이사진을 해임하거나 강등시킬 법적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기간 자신이 임명한 파월 의장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며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했었다.
금리 인하 소식에 뉴욕 주가지수는 날았다. 7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51% 오른 1만9269.46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가 1만9000선을 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8일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14% 하락했지만 일본 닛케이225(0.3%)와 대만 가권지수(0.62%)는 오름세다.
이날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달러당 10.2원 오른(환율 하락) 1386.4원에 거래됐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진정된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달러가치가 소폭 하락한 영향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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