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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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가장 낮은 1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주 전 조사에서 심리적 방어선인 20%가 무너진 데 이어,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국정운영 동력이 바닥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11월 1주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17%, 부정평가는 74%로 집계됐다. 전주 조사보다 긍정평가는 2%포인트 떨어지고, 부정평가는 2%포인트 오른 수치다. 역대 대통령을 돌아봐도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경우는 찾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국민사과를 할 때의 지지율이 17%였다.
현 정부의 최대 위기 요인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및 이를 비호하는 정권의 태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부정평가 사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19%)가 가장 많이 꼽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소명하고 사과하기보다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박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 “대통령을 도와 국정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을 “침소봉대” “악마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배우자의 조언 정도가 아닌, 공천 개입과 ‘비선 라인’을 통한 국정개입 여부 등이다. 명태균씨와의 부적절한 소통이 문제가 되는데도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 없어 물어봤다”고 했다.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보다 ‘김 여사 남편’이라는 정체성이 우선하는 것 같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다음 순방 일정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김 여사를 담당할 제2부속실을 출범하고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 휴대전화도 교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적 소통에 중점을 두고 비공식 소통을 줄이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히 했어야 하는 상식적 조처일 뿐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쇄신책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윤 대통령 본인 및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와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국정기조 대전환 등이 없이는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지지율 17%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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