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100억 달러" 외침, 현실성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달러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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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동맹을 뒤흔들 가장 큰 위협은 '돈'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과정에서 한국을 노골적으로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며 과도한 안보비용을 요구해왔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트럼프가 혈맹인 한국을 쥐어짤 대표적 압박수단이다. 이런 시나리오에 대비해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정부와 일찌감치 분담금 협상을 타결했지만 트럼프의 '몽니'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보는 트럼프
한미 방위비 분담금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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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와 안보 전문가들은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의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높게 봤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0일 “트럼프가 임기 초반부터 (연간 방위비 분담금)100억 달러 이야기를 꺼내며 재협상 필요성을 띄울 것으로 본다”며 “방위비분담과 맞물려 이듬해 주한미군 예산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면서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안보부처 관계자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미국에선 ‘행정협정’이라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결심만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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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2026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12차 SMA에 합의하면서 2026년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지난달 4일 정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협상 타결 이후 한국을 부유한 나라(머니 머신)라고 줄곧 강조하며 “내가 그곳(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100억 달러는 현재 방위비분담금의 10배에 달하는 액수다.
트럼프는 집권 1기(2016~2020년) 때도 한국을 상대로 천문학적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다. 2019년 분담금 협상 당시 기존의 6배 규모인 연간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제시했는데, 이로 인해 협상이 장기간 교착됐다. 결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13.9% 인상에 합의했지만, 협상 막판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산정한 수치를 들이밀며 무려 49%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인 2021년 11월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1기 중 후회되는 일’로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분담금 50억 달러를 받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며 뒤끝을 남겼다.
분담금 이례적 속전속결 타결, 빛 볼까
한미방위비 분담금 관련 미국 측 관계자들이 4일 오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서명식 참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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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미 대선 직전 12차 SMA를 속전속결로 타결한 것에 일단 안도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우리 측에선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우리도 다른 사안들을 들고 협상에 나서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①인건비 ②군사건설 ③군수지원으로 나뉘는 분담금의 용처상, 상당 부분 우리 내수로 돌아오는 구조여서 미국이 분담금을 크게 올릴 매력 또한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미가 협정 종료를 1년 8개월이나 앞두고, 특히 협상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SMA를 타결한 것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널뛰기 협상’을 우려한 결과로 해석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당시) 미국 측 실무진도 트럼프 정국으로 흘러가면 협상 기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공감대를 가졌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재선 이후에도 이 사안(SMA)을 함부로 뒤흔들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 부처 유기적으로 전략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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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수시로 거론하면서 한국에 방위비 협상 스트레스를 안겼던 집권 1기의 패턴을 집권 2기에도 되풀이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방위비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한 뒤 한국과 '주고받는' 거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규모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횟수를 조정하겠다고 윽박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차 위원은 미국의 안보·국방예산 지출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을 현 수준(2만8,500명)으로 유지하도록 명시한 점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얻지 못해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엎는 ‘애니싱 벗 바이든(Anything But Biden)’의 일환으로 분담금 이슈를 쥐고 흔들 것에 대비해 관련 부처 간 유기적 대응이 긴요한 시점이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수석연구원은 “방위비 협상은 제도적인 부분이지만, 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든 없든 (트럼프는) 추구할 실리적인 내용을 한국에 요구할 것”이라며 “한국의 방위비라는 특정 항목에 대한 비용을 무조건 올려 이익을 얻겠다는 게 아닌, 경제적인 이익을 얻겠다는 트럼프의 큰 그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비용에 국한하지 말고 범정부 차원에서 우리도 줄 건 주고 그에 상응해 받을 건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차원에서 (경제적 협상과 관련한) 모든 부처가 테이블에 모여 총체적인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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