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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취업과 일자리

[반환점 돈 윤석열 정부] 물가·일자리·부동산 ‘비명’…민생경제 쇄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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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100명 설문 조사

세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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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몇 년 전 무리해서 집을 장만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보고 있자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대출 이자가 말썽이다. 기대를 걸고 반도체 종목에 투자했으나 주식장은 파란불이다. 뉴스에도 어두운 얘기뿐이다. 취업을 포기한 20대가 늘었고,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고 한다. 아프지나 말자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윤 대통령이 집권하던 2022년 5월은 길었던 코로나19 방역의 끝이 보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최근 경제 상황은 오히려 후퇴했다. 내수 침체로 소비가 얼어붙고 경제성장률도 반등할 기미가 요원하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7개월 만에 1%대로 내려오고, 지난달에도 1.3%로 안정세를 이어간 점은 낙관할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체감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는 도출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9월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고,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으로 10개월째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정책 측면에서는 민간주도 성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경제가 쪼그라들면서 주요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악화 일로를 겪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기업인 100명을 대상으로 ‘반환점 돈 윤석열 정부 업계 설문’을 시행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34.75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이 나왔다. 일자리 창출, 물가 안정, 소득 불균형 해소 등 3개 항목에서는 100점을 준 응답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본지는 ▲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조세 형평 ▲물가 안정 ▲소득 불균형 해소 ▲부동산 안정 ▲연금 및 의료·복지 ▲통상 정책 등 8가지 항목에 대해 20점에서 100점까지 20점 단위로 5개의 보기를 제시해 기업인들에게 평가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8개 항목이 모두 평균 30점대에 그쳤다. 윤 정부의 기업 활성화 정책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점수가 가장 높았지만 평균 38점에 그쳐 비교가 무의미했다. 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은 물가 안정으로 32점이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를 경제 기업인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해봐야 한다. 정부가 우리 경제와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감세정책과 규제혁파 등 ‘기업 프렌들리’를 주요 경제산업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경제 기업인들은 박하게 평가를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는 지금의 정부 지지율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17%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임기 중간 시점(집권 3년 차 2분기)을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34%, 이명박 전 대통령 49%, 박근혜 전 대통령 36%, 문재인 전 대통령 45%로 모두 윤 대통령보다 높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정부가 우리 경제와 기업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과감한 방향 전환과 함께 실질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서 실천해야 한다는 과제를 뚜렷이 드러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2%가 안될 정도로 정체된 가운데 물가는 계속 오르면서 기업의 지출 비용이 늘고 매출 성장은 둔화돼 고용까지 줄이게 되는 것”이라며 “일괄적인 정책으로 풀려고 하면 안되고 기업이 이익을 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가 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윤 정부에서는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그와 관련된 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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