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행위 후 불기소 처분
재작년 대선후보 검증 보도
윤 후보 것만 문제 삼아 수사
불법 여론조사·공천 개입 등
특별수사팀 편성 요구도 외면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찰은 헌정사상 첫 검사 출신 대통령 취임에 기대감이 컸다. 검찰 내부에서는 시민 기대에 부응하는 ‘공정한 검찰’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여론을 등에 업고 단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약화된 검찰 권력 회복에 대한 바람이 더 컸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검찰은 한없이 초라한 모습이다. 시민 불신은 어느 때보다 크다. 검찰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은 공정성을 내팽개친 검찰과 검찰을 발밑에 두려는 윤석열 정권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불공정성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출장조사’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검찰은 지난 10월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주요 피의자인 김 여사를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봐주기 수사’란 비판이 뒤따랐다. 법조계에선 처분 결과보다 결과에 이르게 된 과정이 더 문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영상을 공개한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를 고발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검찰은 이원석 전 총장이 지난 5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기 전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부담스러운 사건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전담수사팀이 구성되자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장)을 비롯한 김 여사 사건 수사 지휘부를 모조리 물갈이했다. 송 고검장은 올해 초 대통령실에 김 여사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올해 인사에서 핵심보직에 심우정 검찰총장, 구승모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을 앉혔다. 검찰 조직을 향해 ‘나와 내 아내에게 칼을 휘두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총장은 퇴임을 목전에 둔 지난 9월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이라는 수사팀의 방침을 심의토록 했다.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기소를 주장하는 최재영 목사 측은 제외했다.
주가조작 사건은 고발 후 4년6개월 만에야 결론이 났다. 법조계 인사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버틴 김 여사와 권력 눈치를 보고 머뭇거린 검찰 모두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사 시작부터 종결까지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중앙지검장 4명을 거치는 동안 김 여사는 여러 차례 대면조사 요청을 받았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아무런 강제수사 시도를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이뤄진 대면조사에서도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김 여사의 진술을 수긍했다.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것은 이해충돌을 피하려는 이유였는데, 이후 검찰총장들이 이 사건 수사 책임을 회피하는 명분으로 악용됐다. 그사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이 주가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김 여사는 버티다 최종 무혐의 처리됐다.
이제 검찰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뒷배 삼아 국책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명품가방 수수나 주가조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형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폭로가 연일 터져 나오자 뒤늦게 수사팀 검사를 11명으로 늘렸지만, 수사가 권력 정점으로 향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수사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창원지검에 맡겨두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검찰은 윤 대통령을 수호하기 위한 수사에는 적극적이었다. 검찰은 재작년 대선을 앞두고 김만배씨 주도로 윤 대통령을 낙선시키기 위한 ‘언론작업’이 벌어졌다며 지난해 9월 10명 넘는 검사를 투입한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에 꾸렸다. 이후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이어졌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르면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 하지만 수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검찰은 대선 당시 유력후보들에 대한 검증보도 중 윤 대통령에 대한 것만 문제 삼았다”며 “윤석열 정부 검찰의 불공정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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