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용산이 쇄신 요구 수용한 것으로 규정…‘윤 압박’ 멈춰
민주당 집회엔 “판사 겁박 시위”…주말 내내 이 대표 공격
국민의힘 ‘특별감찰관’ 추진…당내선 “야당에 빌미” 부정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사진)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자신의 쇄신 요구를 윤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 1심 선고 2건이 예정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고, 민주당의 장외집회를 ‘판사 겁박 무력시위’로 비판했다. 여권 공멸의 위기에서 ‘반이재명’ 전선으로 보수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이 대표가 무죄라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 ‘재판 생중계하자’고 해야 한다”며 “자신들도 유죄라고 생각하니 유죄를 무죄로 바꾸라고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의 최근 조사에서 국민의 90%가 재판 생중계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기사 링크도 첨부했다.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25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면서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한 대표는 주말 사이 SNS에 이 대표를 공격하는 3건의 글을 올렸다. 전날 저녁엔 “민주당 기대와 달리 이 정도 무력시위로 명백한 유죄를 무죄로 바꾸게 하는 판사 겁박 안 된다”고 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을 향한 쇄신 압박은 멈추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SNS에 “대통령께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 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들께 약속하셨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진영에서도 “국민 설득이 제대로 안 됐다”(윤여준 전 장관, 지난 8일 CBS 라디오)는 평가가 나오는데, 윤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회견 후 이날까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SNS로만 메시지를 냈다. 기자들을 만나면 윤 대통령 회견에 대한 사안별 평가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SNS는 본인이 원하는 시점에 주도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지난 8일 나온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 17%로 다시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여권 몰락의 위기에서 한 대표가 보수층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더 이상의 당정 갈등을 자제하고, 여권의 공적인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회견이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한 대표는 민주당의 문제를 더 부각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 본회의 표결이 예정된 오는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특별감찰관 추진을 논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으로 ‘김건희 리스크’를 돌파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다만 당내에 여전히 특별감찰관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는 점은 변수다. 야당의 탄핵 추진에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기저에 깔렸다. 의총에서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특별감찰관 추천이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한 친윤석열(친윤)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은) 한 대표의 정치적 의사가 관철되는 것에 만족하겠다는 의미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미덥·문광호·민서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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