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선거와 투표

미국 대통령 선거 아직 안 끝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5일 미국 시민들은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손을 들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선거를 하나 더 거쳐야 합니다. 오는 12월 17일에 열리는 ‘선거인단 투표’입니다. 총 538명의 선거인이 미국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을 뽑는 건데요. 미국은 이런 절차를 왜 하나 더 뒀을까요?

건국 당시 정치인들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가 부족하고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투표하면 위험하다는 거죠.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논설에서 “대통령 선출은 대통령직에 적합한 자질을 분별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을 뒷받침하는 동기와 근거를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역량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라고 적었습니다.

미국에는 인구가 많은 주, 적은 주가 있잖아요. 만약 미국이 우리나라처럼 직접선거를 하면 인구가 많은 주가 큰 힘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인구가 적은 주더라도 선거인을 최소 3명은 확보할 수 있게 해준 겁니다.

선거인단 수는 워싱턴 D. C의 선거인 3인 포함해 각 주의 상원과 하원의원 숫자로 결정됩니다. 하원의원 수는 10년마다 인구 비율에 맞춰 달라지지만, 상원은 인구와 영토 크기에 상관없이 2석씩 고정입니다. 모든 주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연방제의 특성이 반영된 겁니다.

이렇게 뽑힌 선거인단은 유권자의 선택 결과 그대로 투표를 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선거인 마음이 바뀌면 어떡하죠? 2016년 당시 대통령 선거인 10명은 자신이 찍어야 할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을 뽑으려다 들켰습니다.

실제로 2016년 대선 때 워싱턴주 선거인 3명은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배신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아니라 선거에도 나오지 않았던 콜린 파월에게 표를 던진 겁니다. 이들이 흑인 최초 미 국무장관을 역임한 콜린 파월을 뽑은 이유는 변심이 아니라, 트럼프 뽑아야 하는 다른 선거인의 배신 투표를 독려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해당 선거인 3명은 1,00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습니다. 2020년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선거인이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서약을 지켜야 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1948년부터 2020년까지 이런 배신투표가 16차례 나왔지만 모두 1% 미만이라서 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2016년 텍사스주의 트럼프 후보를 골라야 했던 선거인 2명도 다른 사람에게 투표했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빙의 승부였을 때 배신투표가 나오면 위험합니다. 2000년 대선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겨우 5표 차이였습니다. 2016년에는 워싱턴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선거인(faithless elector) 3명을 포함해 자신이 찍어야 할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을 뽑으려다 들킨 사람이 10명이나 됐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은 선거인을 해당 주의 배정 인원에 맞춰 정해둡니다. 그 지역 유권자 투표에서 이긴 후보의 정당 선거인들이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선거인(faithless elector)은 대부분 즉시 제명되고 다른 사람으로 바뀝니다.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오래된 전통이지만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권자에게 더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 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유권자 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그 지역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오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1표라도 더 받은 후보는 선거인단 54명을 전부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대선 후보들이 경합 주에만 관심을 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통적으로 특정 당에 표를 많이 주는 텃밭은 선거 과정에서 소외될 수도 있는 거죠.

또 유권자의 표를 덜 받았지만, 선거인단 수가 많아 당선된 일이 지금까지 5번 발생했습니다. 1888년 벤저민 해리슨, 1876년 러더퍼드 B. 헤이스, 1824년 존 퀸스 애덤스, 2000년 조지 W. 부시 그리고 2016년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클린턴 후보보다 유권자에게 약 280만 표를 덜 받고 당선됐습니다. 이때 트럼프는 선거인단 수가 많이 걸린 지역에서 승리해 선거인단 득표수 304를 얻었습니다.

선거인을 몰아주는 이유는 미국이 연방제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주가 동등하게 연합을 맺는 제도라서, “우리 주는 이 후보를 지지해” 이렇게 하나의 의사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대선 후보가 하차하고, 투표함이 불타기도 했던 2024 미국 대통령 선거, 자세한 내용은 [경향식 뉴스토랑]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다영 PD young@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