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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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재점화'할지를 두고 한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인들은 트럼프 1기 때 견뎌야 했던 ‘롤러코스터 외교’의 기억을 떠올리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롤러코스터 외교’란 1기 집권 당시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호전적 언사를 주고받다가 전격적으로 세 차례나 얼굴을 마주하면서 전 세계 이목이 쏠렸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대화가 결렬되며 북핵 문제가 결과적으로 더 악화한 상황을 뜻한다.
트럼프는 유세 동안 한미 동맹이 최악의 거래라면서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에 핵위협 가하는 김정은에 대해선 오래된 친구처럼 표현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김정은에 대해 “핵무기를 많이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이 좋다”며 “김정은도 나를 다시 보려 할 것이다. 사실 그가 나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한국 사람들이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며 “지난번 트럼프 첫 임기 동안 겪었던 양국 관계의 풍랑이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크게 올리지 않을 경우 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할 수 있으며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다시 벌이는 외교적 오판을 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철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한미 관계가 격랑에 빠질 것이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연애편지를 주고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트럼프 당선에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보다 핵무기를 크게 늘린 김정은이 더 많은 협상 카드를 든 채 미국과 협상을 재개할 기회라고 생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은이 협상에 다시 응할 경우 핵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는 대가로 제재를 풀고 주한미군을 축소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NYT는 전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NYT에 “김정은이 미국이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무기 감축협상에 응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그런 협상이 벌어지면 한국에는 충격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핵무기의 폐기(eliminating)가 아닌 제한(limiting)일 것”이라면서 이는 수십년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추구해온 미국과 우방국들의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가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부르며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10배 가까이 올린 100억 달러를 받아낼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이같은 트럼프 측의 입장은 한국의 핵무장론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고 NYT는 관측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약 70%가 핵보유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는 더 많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자국 방어를 위해 얼마나 더 동맹에 의존할 수 있을지, 또 대북 억지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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