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오른쪽)이 지난해 2월23일 예루살렘에서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와 함께 가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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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자, 내년은 ‘유대 사마리아(서안지구) 주권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서안지구 합병 의사를 드러냈다. 유대 사마리아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가리키는 이스라엘 성경 용어이다.
미국 시엔엔(CNN)은 스모트리치 장관이 11일(현지시각) 자신의 부서에 “주권 (확보)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요르단 서안 지구 정착촌은 1967년 요르단으로부터 이스라엘이 빼앗은 오랜 분쟁지역으로, 이스라엘이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를 국제법상 불법 점유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온 결과 약 50만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이 지역에 이스라엘의 법률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계속 실현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기데온 사아르 이스라엘 신임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논의되었다고 언급한 뒤 “관련성이 있다면 미국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에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말살하고 강제 이주하려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식민지적 확장”이라고 규탄했다. 나빌 아부 루데이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스라엘 정부가 2025년까지 서안 지구를 장악하기 위한 계획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라며 “이스라엘 점령 당국과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이 범죄, 침략 등 국제법과 정통성에 대한 도전을 계속 하도록 방치한 데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극우 발언이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집권 시기 중동 정책을 보면, 워싱턴의 팔레스타인 대표를 폐쇄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충돌이 이어지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방문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또 2017년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고, 시리아와 갈등을 빚고 이스라엘이 무력 점거 중인 골란고원의 이스라엘의 주권도 인정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 수립인 아브라함 협정을 주도해 팔레스타인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킨 것도 트럼프 행정부 때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들뜬 움직임에, 미국 내부적으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함께 일한 2명의 관계자가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합병하는 것을 트럼프 당선자 2기 행정부가 지지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러한 입장이 이미 이스라엘 정부 쪽에 전달되었지만, 극우적 성향의 내각 관료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서안지구 합병을 주장하며 정착촌을 오랜 기간 지지해온 야히엘 라이터를 주미대사로 8일 임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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