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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수용자 수갑·족쇄 차고 격리됐다 사망…인권위 “보호장비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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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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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이 지난 3월 손목과 발목 등이 묶인 채 격리된 상태에서 쓰러졌지만 방치돼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2일 이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피해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당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 내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중 지난 3월 한 교정시설 보호소에서 수용자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5월 직권조사를 의결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사망한 수용자 A씨는 보호실에 수용할 만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보호장비 세 종류를 동시에 착용한 채 격리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망일인 지난 3월29일 다른 수용자와 쌍방폭행 사건으로 두 차례 보호장비를 착용당했다. A씨는 첫번째 보호장비 착용 과정에서 두 손목을 배꼽 쪽에 구속하는 금속보호대를 착용당했는데, A씨의 동정관찰사항에는 “직원을 칠 듯이 노려보며 욕설을 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금속보호대의 원활한 착용을 위해 상의 주머니의 물건을 빼는 등 협조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A씨의 보호장비 사용과 관련해 수용자 상태나 사유 등을 기록한 심사부는 A씨 사망 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후 진료를 위해 의료과에 갔는데, 앞서 다툰 다른 수용자를 만나 손가락 욕설을 했고 교정시설 직원이 이를 다그쳤다. A씨가 “왜 나만 때렸다고 하냐. 억울하다”며 고성을 지르자 기동순찰팀이 출동해 A씨에게 보호장비를 착용시켰다. 이때 A씨는 손목을 구속하는 금속보호대, 발목을 구속하는 발목보호장비, 머리보호장비 등 세 종류의 보호장비를 착용당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왜 직원한테 욕을 하냐” “사람 몸에 손을 함부로 대는 거 아니다”라고 하자 A씨가 “손 안 댔다. 너무 억울해서 그랬다”며 항변하는 장면이 직원이 채증한 영상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보호실에 들어갔는데 헛구역질을 하고 침을 흘리는 등 이상 증세를 반복하다 5분 뒤 바닥에 쓰러졌다. 교정시설 직원은 쓰러진 A씨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복귀했다. 교정시설 CCTV 영상을 보면 계호 직원은 A씨가 쓰러진 지 35분여만에 다시 들어가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가 수용된 보호실에는 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비상상황이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용자가 근무자를 호출하거나 소통할 수 없었다. A씨는 해당 교정시설에 입소한 이래 보호장비를 착용했던 이력, 자살과 자해 이력, 보호실에 수용되었던 이력이 전혀 없었다.

인권위는 “(해당 교정시설은) 보호장비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채 피해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며 “보호실은 자살·자해의 우려가 있거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수용자를 수용하는 곳인데 A씨는 그러한 이력이 없었다”고 했다.

인권위는 “보호실에 수용된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해 피해자가 쓰러진 지 35분여가 지나서 발견된 것은 교정시설 내 계호 시스템에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전국 교정시설의 진정실 및 보호실 내 통신장비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수용자를 진정실·보호실에 수용할 경우 수용 심사부를 작성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이어 “교정시설 소장에게 세 종류 이상의 보호장비 동시 사용을 최소화하고, 보호실 내 수용자에 대한 영상 계호를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 “눈 부라렸다”며 보호의자에 7시간 묶은 교도소···인권위 “인권침해”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904120001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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