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세계 외교·안보 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만나 유럽의 독자 안보와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106주년 종전 기념식에 앞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영국 총리의 파리 종전기념식 방문은 80년 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106주년 종전 기념식에서 만나 윈스턴 처칠 동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안보 측면에서 유럽의 독자적 이익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 자체적으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7일 헝가리에서 열린 유럽 정치공동체 정상회의(EPC)에서 유럽 독자 안보를 강조했다. 그는 EPC 회의에서 "유럽인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면서 "우리의 안보를 영원히 미국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마크롱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푸스카스 아레나에서 열린 제5차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FT "EU, 결속기금 방위비에도 쓸 수 있어"

이처럼 유럽이 독자 방위 노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기존에 묶어뒀던 경제 불균형 완화 예산을 방위 산업 등에 전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FT가 12일 전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계속되고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귀환이 확정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국방에 쓰는 돈을 늘려야 하는 압박이 가중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EU는 공동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결속 기금'(cohesion fund)의 사용처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결속 기금은 2021년~2027년 약 3920억 유로(약 585조 원)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 예산은 국방 장비 구매, 직접적인 군 지원에 쓰일 수 없다. 다만 드론 등 '이중 용도 제품'에 대한 투자는 가능하다. EU 집행위원회는 각 회원국에 새로운 방침을 통보해 이들이 결속 기금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U의 이같은 정책 변경은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래 국방비 지출은 늘려야 하는데 외국으로부터 투자가 줄어 어려움을 겪는 동유럽 회원국들에 환영 받을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오소영 기자 oh.soy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