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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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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까지 넘보는 오페라 디바 “지루함보단 차라리 실패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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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투란도트’ 한국 공연… 소프라노 그리고리안 인터뷰

조선일보

오는 12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출연하는 세계적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본지 인터뷰에서 “내 성공의 비결은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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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 이후 세계 음악계는 언제나 새로운 디바(diva·여성 스타 성악가)의 탄생을 갈망했다. 1990년대에는 루마니아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였고, 2000년대 초에는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였다. 과연 지금은 어떨까? 의견은 다양하겠지만, 강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가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43)이다. 오는 12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국내 공연을 앞둔 그리고리안이 지난 8일 본지와 영상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이 그의 첫 내한 무대다.

구(舊) 소련의 정상급 테너였던 게감 그리고리안(1951~2016)이 그의 아버지. 리투아니아 음악원 교수를 지낸 소프라노 이레나 밀케비치우테(77)가 어머니다. 성악가가 될 천혜 환경에서 자란 셈이다. 그리고리안은 “심지어 어머니는 나를 임신했을 때에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메트)의 ‘나비 부인’에 출연하셨다.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오페라를 들으며 자란 셈”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언제나 부모님의 딸로만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다. 거꾸로 저의 노력과 경력 덕분에 부모님이 오랫동안 오페라 팬들의 기억에 남기를 원했다”는 말에서 그의 음악적 포부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2016년 영국의 국제 오페라 시상식에서 ‘여성 신인상’을 받은 직후, 그의 경력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 201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1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이어서 올해 뉴욕 메트 데뷔까지 모두 상찬(賞讚)을 받았다. 하지만 그리고리안은 “나는 하루아침에 ‘반짝 스타’가 된 경우가 아니다. 이미 신인상을 타기 12년 전부터 크고 작은 역에 출연하면서 경력을 쌓았고, 전문 성악가로 활동한 것만 올해로 20년”이라고 했다. 또한 “당시 수상은 물론, 후보 지명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역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중요하며, 상은 은퇴하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수로서 그의 장점은 도전을 불사한다는 점. 지금까지 오페라 무대에서 맡은 배역만 60여 가지에 이른다. 2017년에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도 출연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수녀 안젤리카’와 ‘잔니 스키키’ ‘외투’ 등 푸치니 단막 오페라 3편의 여주인공 세 명 역할을 하루에 모두 맡아서 화제가 됐다. 그는 “여주인공들의 성격이나 음역(音域)도 다르기 때문에 하룻밤에 부르기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루함보다는 차라리 실패를 겪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도 여전히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렵고 울고 싶은 심경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성공의 비결’을 물으면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언제나 답한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맡는 투란도트 배역 역시 지난해 새롭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시녀 류가 성숙한 여성상이라면, 반대로 투란도트는 아직은 어린 소녀에 가깝다. 무대에서 목소리를 무조건 내지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성격 묘사를 통해서 투란도트를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12월 22~3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연한다. 그리고리안은 22·24·27일 출연한다. 15만~100만원.

☞아스믹 그리고리안(43)

현재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2016년 영국 국제 오페라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이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2017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2021년) 무대에 잇따라 데뷔했다. 푸치니 단막 오페라 세 편의 여주인공 역을 하룻밤에 모두 부르고 오페라뿐 아니라 뮤지컬에도 출연하는 등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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