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공정위, 3선 도전 승인
대한체육회 노조원들이 1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도 국회도 무시하고 꼼수로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은 물러가라” “이기흥은 이제 그만 당당하게 물러나라” 등을 주장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3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회장 연임 자격을 승인했다. 체육회 정관상 회장 등 임원은 4년 임기를 마치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연임을 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회장은 2016년 체육회장에 당선된 뒤 연임했고 올해 임기가 끝난다. 내년 1월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받았다.
스포츠공정위는 재적 위원(15명) 과반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 회장 연임 도전을 허가했다. 이 회장이 지난 4일 진행된 1차 심사에서 통과 기준 점수(100점 만점에 60점)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전체 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스포츠공정위 위원인 문강배 변호사는 “치열한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 점검단이 부정 채용, 물품 후원 강요, 후원 물품 사적 사용 등 혐의로 이 회장을 수사 의뢰한 데 이어, 11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려 정성(定性)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정성 평가 기준에 ‘임원으로서 윤리성 및 청렴성’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자녀 대학 친구를 선수촌 직원으로 부정 채용하고, 체육회 물품 구입비를 대납하는 조건으로 체육회 산하 단체장을 파리 올림픽 관련 중요 직위에 임명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이를 피하기 위해 1000만원 넘는 사비를 들여 스위스 출장을 떠났다는 부분도 논란이 됐다.
이 회장은 문체부 직무 정지 조치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며 대응에 나섰고,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그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는 점,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이 종합 8위에 오르며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둔 점 등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이 회장 연임 도전을 승인한 스포츠공정위는 김병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5명이 모두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다. 오진학 전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설수영 경기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최종균 선문대 무도학부 교수 등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셀프 심사’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 특별 보좌역을 지낸 인물. 이 회장 측근으로 통한다. 2021년 스포츠공정위에서 3선 도전 승인을 받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김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위원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다만 체육회는 문체부 산하기관이라 기관장 취임 승인권을 문체부가 갖고 있다. 문체부는 이 회장이 당선돼도 취임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문체부는 이번 스포츠공정위 결정에 대해 “공정위 구성과 운영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임원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 단체 임원 징계 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과 더불어 2005년 5월 이후 6번째 연임에 나서는 정의선 양궁협회장 출마도 승인했다.
대한체육회 노조원 40여 명은 이날 스포츠공정위 회의가 열린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이 회장 연임 도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이 회장으로 인해 체육회가 여러 외부 수사나 감사를 받고, 전 국민적 지탄을 받는 기관이 됐다”며 “그럼에도 이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가기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