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 어려운 행동이지만 보호자로부터 완전 이탈은 아냐"
10대 |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지난해 3월 회사원 A(49)씨는 인천에 있는 분식집에 들렀다가 입구에서 처음 본 10대 형제와 마주쳤다. B(14)군과 그의 동생 C(12)군이었다.
A씨는 C군에게 "이름은 뭐냐"며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대낮에 모르는 아저씨가 술에 취해 이것저것 캐묻자 형제는 다소 겁을 먹었다.
그러나 A씨는 아이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는데도 "너희들 부모는 어디에 있느냐"며 "보육원에 가지 않겠느냐"고 계속 말을 걸었다.
B군이 용기를 내 "그만하시라"고 말렸으나 "어디 어른이 말하는데 싹수없이 XX하느냐"고 욕설이 튀어나왔다. A씨는 형 쪽으로 가려는 C군의 옆구리를 손으로 치면서 밀기도 했다.
분식점 앞 길거리에서 A씨와 10대 형제를 본 행인들이 나서서 말렸고, 그 사이 형제의 아버지가 나타나 A씨와 몸싸움을 했다.
A씨는 길바닥에 넘어졌고, 곧이어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저 사람이 아이들 보호자가 맞는지 확인해 봤느냐"며 "나는 폭행 피해자"라고 소리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112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부모인지 누가 와서 나를 제압해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들이 미성년자여서 아무래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술김에 했다"며 "나를 제압한 부모의 행동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무섭게 다가간 어른으로서 반성한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B군은 자필 진술서에 "동생을 데리고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A씨가 내 팔을 강하게 잡고 위협적인 말투로 욕을 했다"며 "내 팔도 쳤다"고 썼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당시 A씨가 B군과 동생의 팔뚝을 잡고 다른 장소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며 미성년자 약취 미수죄를 적용해 그를 재판에 넘겼다.
미성년자 약취는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적인 강제력을 사용해 미성년자를 자신의 생활 반경이나 보호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이른바 '납치 범죄'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면서도 형사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김은혜 판사는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팔을 잡거나 다른 곳으로 못 가게 제지한 행동은 두려움과 고통을 주는 행위이고 사회통념으로 봐도 용납하기 어려운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팔뚝을 잡고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고 했다'고 했지만, 분식점 앞 폐쇄회로(CC)TV에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며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들의 위치를 옮기려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분식점 앞에 있던 피해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한 행위는 피해자들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붙들어 둔 시간이 3분 정도여서 생활반경이나 보호자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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