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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북미대화 재개 땐 ‘한국 패싱’ 우려…윤, 대북정책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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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열린 제20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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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도래할 수 있는 대화 국면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역할을 하려면 현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더 늦기 전에 선제적으로 진정성 있게 대화를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13일 부산 APEC 누리마루에서 개막한 ‘20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축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럴 때 지금 같은 대결주의적 남북 관계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자 할 것이며, 미국도 그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국면에서 한국이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소외된 가운데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의 입장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은 과거와 달리 핵보유국의 지위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 틀림없고, 러시아와 중국도 그 주장을 비호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그에 대해 미국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고도화된 현실을 받아들여 대화의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현상 동결과 엄격한 통제, 중장거리 미사일의 폐기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심지어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미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적으로 새로운 평화 담론과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대북한 대화 목표와 전략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대화추진으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꿀 때에만 그와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변화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은 사라진 지 오래고, 남북관계는 파탄상태”라며,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가운데,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북확성기 같은 비군사적 충돌이 일상화되며 언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모르는, 6.25 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파병은 세계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대단히 잘못된 선택으로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제공 등 군사적 지원으로 북한에 맞불을 놓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위험천만한 대응”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것은 그 전쟁의 조기 종식을 강력하게 공약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자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도 그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현 정부에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큰 전환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에 기여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다시 협력 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를 활용하여 러시아에 북한의 핵 활동과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주문하게 될 것이며,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도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시기에 러시아의 긍정적인 역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정상화하고 협력 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을 염두에 두면서 지금부터 균형 있는 국익 외교를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런 흐름에 뒤쳐진다면 한국은 단지 대화 국면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 국면의 진전에 따라 북한과 미국, 일본, 러시아 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남북 관계만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대단히 퇴행적이고 반역사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서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 최초의 미국 정상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와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용단을 내린다면, 하노이 노딜로 못다 이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에 성공하여 한반도가 항구적 평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연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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