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진흥원·디스트릭트의 몰입형 전시
국보·보물 3D 데이터 활용해 생동감 구현
아르떼뮤지엄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선보여
12일 아르떼뮤지엄 강릉에서 개막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특별전 ‘더 헤리티지 가든-이음을 위한 공유’의 석굴암 본존불 장면. 사진 국가유산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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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푸른빛의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 12세기)가 두둥실 떠올랐다. 말 탄 무사 모양의 도기 기마 인물형 뿔잔(국보, 삼국시대)도 홀연히 자태를 드러냈다. 다른 쪽 벽면에선 석굴암(국보, 8세기) 본존불이 근엄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내려다봤다. 궁중 연례악인 ‘수제천’이 흐르는 가운데 경복궁 근정전(국보, 조선)의 단아한 문살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신비롭게 이어졌다.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의 복합문화공간 ‘아르떼뮤지엄 강릉’에서 첫 선을 보인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특별전 ‘더 헤리티지 가든-이음을 위한 공유’의 풍경이다. 국가유산진흥원과 미디어아트 전문기업인 ‘디스트릭트’가 손잡고 만든 약 8분짜리 영상물이자 몰입형 전시(평면의 전시공간을 입체처럼 느끼게 하는 디지털 기법)다.
12일 아르떼뮤지엄 강릉에서 개막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특별전 ‘더 헤리티지 가든-이음을 위한 공유’의 한 장면. 강혜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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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보물 및 무형유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더 가까이 느끼게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길이 47.9m, 너비 19.5m, 높이 8m의 전시실 4면과 바닥을 빛과 소리로 채운다. 앞서 아르떼뮤지엄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소재로 몰입형 전시 ‘조선 회화’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엔 회화 속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공예·조각·건축물 등을 몰입형 전시로 풀어냈다는 점이 색다르다.
이를 위해서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수년간 구축한 ‘국가유산 3D 애셋’이 활용됐다. 국가유산 3D 애셋이란 주요 국가유산을 정밀하게 측정한 3차원(3D)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영화·엔터테인먼트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디지털 시각자료다. ‘이음을 위한 공유’에 등장하는 모든 국가유산에 이 같은 데이터가 확보돼 있어 실감 나는 영상화가 가능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디스트릭트의 김지훈 본부장은 “예컨대 석굴암 사진을 영상에 담으면 평면일 뿐이지만, 실제 공간의 3D 데이터가 있으면 본존불 주변에 각기 다른 조명을 비추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관람객이 마치 석굴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이 같은 3차원 자료가 빚어낸 공간감 때문이란 얘기다. 김 본부장은 “민간에서 국보·보물을 측정할 수도 없는데 이런 데이터가 이미 구축·공개돼 있으니 앞으로 무궁무진한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의 김순호 문화유산사업실장은 “그동안 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국내외에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5월 국립고궁박물관과 손잡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서편에 조성한 ‘전통문화미디어월’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음식과 자연 등 4가지 주제를 풀어낸 미디어아트가 입국객을 반긴다. 2021년부터 각 지자체와 손잡고 진행하는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은 올해 역대 최다인 148만명이 관람했다.
디스트릭트가 운영하는 아르떼뮤지엄은 강릉⸱부산⸱여수⸱제주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및 홍콩⸱두바이 등 전 세계 여덟 곳에서 누적 800만 명 이상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음을 위한 공유’는 강릉 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선보여 오는 12월20일까지 계속된다. 김 실장은 “관객 호응이 좋아서 디스트릭트 측과 협의해 제주 등으로 전시를 확대하고 기존 전시기간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르떼강릉 전시실에선 ‘이음을 위한 공유’ 외에도 오르세 미술관 몰입형 전시도 교차 상영한다.
강릉=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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