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13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예상보다 중한 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 “공정한 법 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벌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이날 김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최 판사는 “김씨는 음주 운전을 하다가 택시를 들이받아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했고 매니저에게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했다”며 “초동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텔로 도주해 입실 전 맥주를 구매하는 등 전반적인 태도를 비춰보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객관적 증거인 방범 카메라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뒤늦게나마 사건의 각 범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양복을 입고 법정에 나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판결이 선고되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청석에 있던 팬들 사이에선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픽=양진경

김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은 뒤 자신의 차량으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의 음주 운전, 교통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적극적·계획적인 허위 진술, 증거 인멸 등을 볼 때 이 사건을 단순 음주 뺑소니가 아닌 ‘사법 방해 종합 세트’로 봤다. 검찰은 김씨의 사고 후 추가 음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하지 못해 음주 운전 혐의로는 기소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음주 운전 사고 후 추가로 술을 마실 경우 처벌하는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김씨의 ‘사법 방해’ 행위를 반영해 예상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 판사는 유죄로 인정한 김씨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무거운 도주치상죄를 중심으로 형량을 정했다. 대법원의 교통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도주치상죄 기본 형량은 징역 10개월~2년 6개월, 가중 형량은 징역 2년~징역 6년이다. 김씨 혐의는 위법성이 중해 ‘가중 형량’에 해당하고, 여기에 여러 범죄를 저질렀을 때 1.5배를 더하는 규정까지 적용하면 양형 기준상 최대 선고 가능 형량은 징역 9년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형 기준, 검찰 구형을 고려해 형량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심각한 사법 방해 행위로 본 것 같다”며 “법원은 진실 규명을 막는 행위를 엄벌하는 추세”라고 했다. 한 변호사는 “김씨가 사고 후 바로 인정했으면 이런 형량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사고를 은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김씨 대신 허위 자수한 매니저 장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날 곧바로 항소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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