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교도라는 이유로 미얀마 군부의 집단 학살을 겪은 로힝야족 11~20세 여성·청소년 등 24명을 2019년 2월 인신매매하려다 숨지게 한 태국인 2명이 한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5년 만에 붙잡혀 강제송환됐다. 손성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얀마 군부에 의해 집단학살을 겪은 소수민족 로힝야족 24명을 인신매매한 혐의를 받는 태국인 2명이 도피 5년 만에 한국에서 붙잡혔다. 태국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은 한국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이들의 사진 각 3장을 단서로 해서 농부로 변장하는 잠복 수사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로힝야족 24명을 인신매매한 혐의 등으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태국인 A씨(44)와 B씨(31)를 붙잡아 본국으로 송환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9년 2월 로힝야족 24명을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밀입국시킨 뒤 말레이시아 국경까지 트럭에 태워 옮긴 혐의를 받고 있다. 로힝야족 24명은 이동 과정에 모두 숨졌다. 태국 경찰은 이들이 트럭의 비좁은 공간에서 물도 마시지 못한 채 이동하다가 대부분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로힝야족 중엔 미성년 여성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A씨 등은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고 로힝야족을 꼬드겨서 성매매 또는 강제결혼시키는 인신매매 조직의 일원이었다. 태국 경찰은 이 사건 발생 직후 연루된 인신매매 조직원들을 모두 검거했으나 이 중 A, B씨는 2019년 4월 체류 기간 90일짜리 사증면제(B-1)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불법 체류하면서 도피 행각을 이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3팀 수사관들이 지난 6월 전남 나주의 한 원룸 건물에서 로힝야족 인신매매범 A씨(44)를 붙잡아 수갑을 채우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태국왕립경찰청은 지난 6월 경찰청에 A씨와 B씨가 각각 SNS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3장, 총 6장의 사진을 건네며 이들의 소재 파악과 강제송환을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경기남부경찰청은 A씨가 올린 사진 중 겨울철 도로 위에 눈이 쌓인 사진에서 교통 안내 표지판에 주목했다. 해당 표지판엔 전남 나주·영암을 가리키는 글귀가 있었다. 또한 A씨가 건물 옥상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 뒤로 보이는 아파트의 모습을 토대로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이 아파트의 인근으로 A씨 거주지를 특정한 다음 잠복 수사를 거쳐 지난 6월 12일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A씨를 붙잡았다.
B씨에 대해선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3장 중 담장에 붙인 지 오래돼 빛이 바랜 광고 전단에 담긴 지역명과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경찰은 B씨가 경기 여주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 다음 소재지를 추적해 지난 7월 8일 경기 이천 소재 한 복숭아 농장 외국인 숙소에 머물고 있던 B씨를 검거했다.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태국왕립경찰청장 명의 감사장을 수라판 타이프라셋 태국 경찰 외사국장에게 받고 있다. 태국 경찰은 경기남부청에 로힝야족 인신매매 도피 사범 검거에 감사 뜻을 표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형사들은 허름한 모자를 쓰고 팔 토시를 낀 채 농작물에 물을 주는 등 농부 차림으로 잠복 수사를 벌였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수사3팀 김재호 경감은 “이들이 불법 체류자인데다가 범죄 후 도피를 벌이고 있는 만큼 경계심이 극도로 많았기 때문에 잠복 수사를 실시했고, 도주 경로를 차단해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힌 즉시 태국으로 송환됐다. 이에 태국왕립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수라판 타이프라셋 외사국장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보내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영필 국제범죄수사계장은 “해외 도피 수배자 인도는 상호주의가 작용하는 만큼 이번 사건을 통해서 해외 도피 국내 범죄자 송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3팀 수사관이 지난 6월 전남 나주의 한 원룸 건물에서 로힝야족 인신매매범 A씨(44) 주거지 인근 고추밭에서 농부로 잠복해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