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자유기업자본주의: 트럼프 '3자연대'가 꿈꾸는 불안한 그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정연 기자]

#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는 자유 기업 자본주의(Free enterprise capitalism)를 표방한 경제학자다. 기업은 영웅이고, 국가에 기생하는 국민은 기생충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그 성향을 알 법하다.

# 이런 밀레이가 최근 세계 최대 부자 일론 머스크, 세계 최고 권력자 자리에 다시 오른 도널드 트럼프와 연결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 마가세력 해부학 두번째 편, 이번엔 밀레이의 속을 들여다봤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가세력 해부학 1편 '일론 머스크는 어쩌다 성조기를 흔들었나' 기사에서 세계 최대 부자 일론 머스크, 세계 최고 권력자 도널드 트럼프가 왜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의 괴짜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를 공식적으로 가장 처음 만나는지를 알아봤다.

이번에는 세 친구가 서로를 어떻게 도왔는지, '기업은 영웅이고, 국가에 기생하는 국민들은 기생충'이라는 밀레이의 사상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다.

■ 친구❷ 해결사 트럼프=트럼프의 역할은 해결사였다. 소득세를 줄이고, 대신 재산세를 늘리자는 주장은 최근 들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브라질이 의장국을 맡은 G20 총회는 글로벌 초부자세를 도입하려고 한다. 영국 등에서도 소득세의 부담을 줄여서 소비를 활성화하고, 대신 자본세나 재산세를 올려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주장이 많다.

그런데 트럼프의 세계관은 확실히 달랐다. 그의 선거 공약 중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건 소득세를 아예 없애고, 이를 관세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진영에서 이 공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수학적으로도 맞지 않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안(보편적 10%‧중국 60%)을 적용하면, 미국 수출업체를 향한 보복이나 경제성장 저하를 반영하지 않아도 관세 수입이 연간 2250억 달러 늘어나는 데 그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지난해 소득세 규모는 약 2조2800억 달러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되던 지난 10월 26일에도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나와서 이를 고수했다. 진행자가 소득세를 없애고 관세로 대체하자는 게 진지한 생각인지를 묻자 "그렇다. 왜 안 되겠는가?"라고 답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세금은 최근 들어 일론 머스크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머스크는 2020년 소득세가 없는 텍사스로 이사했고, 그의 또 다른 회사 스페이스X의 '스타십 프로그램'도 텍사스로 옮겼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에만 20억 달러를 썼는데, 텍사스는 2019년부터 항공‧우주 기업의 비용을 세금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머스크는 2021년 스톡옵션으로 부과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테슬라 주식을 팔지를 소셜미디어상에서 투표에 부쳤다. 머스크는 투표 결과대로 실제로 주식을 팔면서 테슬라 주가를 폭락시키기도 했다.

■ 친구❸ 이론가 밀레이=하비에르 밀레이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가속페달에 맞는 이론을 제시할 수 있다. 밀레이는 해외 금융계와 비非아르헨티나인 경제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일 것이다.

밀레이는 당선 직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를 절반으로 떨어뜨렸다(환율 두배 상승). 공식환율을 비공식적인 환율과 동일하게 맞추면 암시장에 있는 달러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조금 삭감, 극단적인 재정긴축을 이어갔다. 예산 지원이 끊긴 지방정부가 지난 9월 자체 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가혹한 긴축이었다.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공무원 수를 줄이고,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는 계획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숫자 맞추기'는 경제의 모든 것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재정분석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이 나라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55.0% 수준이다. 쉽게 말해서 전체 근로자의 55.0%는 대통령으로부터 해고 위협을 받고 있고, 환율 상승으로 높은 수입 물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서민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수준의 환율 급등과 재정긴축 등으로 이득을 보는 건 일부 수출기업과 민영화한 공기업을 인수할 자본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 빈곤율은 2023년 하반기 41.7%에서 2024년 상반기 52.9%로 치솟았다. 밀레이의 몇몇 정책의 성공이 임금근로자와 서민층의 희생을 통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로 돌아가 보자. 밀레이에게 트럼프와 머스크란 힘센 친구들을 안겨준 이때 다보스포럼의 연설은 '자유기업자본주의(Free enterprise capitalism)'가 핵심이었다. 자유기업자본주의는 성공한 기업가는 영웅이고, 오직 기업만이 세계의 빈곤을 없앨 수 있으며, 독점은 시장실패가 아닌 성장 원동력이고, 사회정의는 폭력적이고 본질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밀레이는 연설을 이렇게 마쳤다.

"여기 있는 기업가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정치인들, 국가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에게 겁먹지 말라. 당신들이 돈을 벌고 있다면,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기업가들의 야망이 부도덕하다고 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기업가들의 무조건적인 동맹이다. 자유여 영원하라, 젠장!(Long live freedom, dammit!)"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