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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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인공지능(AI) 자연어처리 분야 국제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방문 중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강력한 반불법이민자 정책과 규제완화 드라이브가 예상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예상해보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번 선거는 정책공약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암살기도와 민주당 후보교체라는 대형 사건이 판세를 휘어잡은 독특한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요 언론의 선거판 예상이 전혀 들어맞지 않으면서, 미국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의 공신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 선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과연 어떠할까?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보수정치권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서 리더십을 위한 지침(Mandate for Leadership) 이라는 보고서를 1981년 이래 비정기적으로 발행해 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아홉 번째 판은 2025년 대통령 교체 프로젝트 또는 프로젝트 2025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의 한 부분으로서 2023년 2월에 출간됐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행정부처마다 장(章)을 하나씩 할당해서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900여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특징은 미국의 정보기술, 과학기술 정책에 관한 내용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와 대중 강경 통상정책, 과학기술 중심 교육의 일부로서 다뤄지고 있는 정도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보고서의 내용이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자신의 선거 캠페인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부인해 오긴 했다.
일론 머스크가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미국 언론은 소셜미디어, 암호화폐, AI에 대한 규제완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스스로 정부 효율성 책임자로 전면에 등장해 행정부 권한과 인력의 대대적 축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AI 기술의 안전성과 사회적 파장에 초점을 둔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을 폐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일론 머스크가 AI의 위험성을 강조해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전환할 지 예측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또 오랜 논쟁거리인 망중립성 정책 폐지, 통신사 규제 완화, 농촌 브로드밴드 지원 프로그램 재검토와 그것을 통한 스타링크 우회지원 가능성 등이 언급되고 있으며 전기차 세제 혜택의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과 전통적 자동차 산업 지원 강화가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등 미국 전기차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 대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긍정으로 선회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중심의 강경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소셜미디어상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콘텐츠에 개입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다. 틱톡에 대한 제재도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 의회 중심으로 견고하지만, 일부에서는 완화 내지 유보될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방송국 소유 집중을 허용하고 방송사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틀에서는 대중국 기술 수출에 대한 통제, 고율 관세 등을 강화하면서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자국 생산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상하원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우리도 눈을 똑바로 뜨고 국익을 위한 논의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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