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흥동의 한 PC방은 6년 가까이 수험생을 대상으로 이용시간을 추가로 제공해왔지만, 올해는 수험생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유입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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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고산동의 한 PC방은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표 할인 이벤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수험생에겐 2시간 충전 시 1시간을 무료로 추가해주는 혜택을 줬다. 수험생을 위한 행사를 하지 않는 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2020년과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사장 김모(46)씨는 “모바일 게임과 다른 놀이문화가 다양해진 탓인지 예전만큼 수험생 손님이 많지 않다”며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오히려 손해”라고 설명했다.
수능의 계절을 맞았지만 자영업자들은 수험표 혜택 행사가 부담스럽다. 수능 전날인 13일과 당일인 14일, 지난해 수험표 혜택 행사를 진행했던 서울 시내 상점 15곳을 찾아보니 5곳은 “올해 수험표 할인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수험표 혜택 행사를 하지 않았던 6곳도 “올해 역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수험표 혜택 행사는 수능 이후 해방감을 느낀 재학생·재수생을 겨냥한 마케팅 수단이다. 다양한 곳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수험표를 ‘만능 할인 쿠폰’으로 부르기도 했다. 과거 이맘때엔 수험표를 조작하거나 중고거래로 구매해 혜택을 누리는 이가 등장할 정도였다.
동교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최모(56)씨는 “수험생들에게 15~20% 할인 혜택을 제공했지만, 인근 대형 백화점의 할인율이 더 크다”며 “할인을 해도 유입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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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영업자들이 수험표 혜택 행사에 따른 유입 효과가 작다고 느낀다. 70% 파격 할인 등을 진행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 백화점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다. 동교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최모(56)씨는 “수험생들에게 15~20% 할인 혜택을 제공했지만, 인근 대형 백화점의 할인율이 더 높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수험생 할인에 뛰어들고 있다”며 “더 할인하면 남는 게 없어 수험생 할인 행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소비형태가 달라지고, 인건비‧임대료 상승에 따라 가게 운영에 어려움 겪는 점도 수험표 혜택 행사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연남동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박모(44)씨는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모두 오르면서 가게를 운영하는데 벅차다”며 “수험생들에게 음료를 무료 제공한다고 해도, 수험생들은 인근의 마라탕 전문점을 더 찾았다. 단돈 몇천원이라도 아끼는 게 낫다”고 말했다. 노고산동의 한 카페는 “원두값만 2배 가까이 올랐다”며 “수험생 할인 행사를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수험생 할인 혜택을 이어가지만, 규모를 줄이겠다는 가게 3곳도 있었다. 서교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모(57)씨는 “사회 분위기상 수험생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도리”라면서 “벌이가 시원치 않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수험생들에게 20% 할인 혜택을 제공했던 아현동의 한 파스타 가게는 “다른 가게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할인율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레드로드에 있는 한 닭갈비 전문점은 수험표 지참시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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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혜택 행사에 대한 중심상권과 골목상권의 분위기도 달랐다. 14일 오전 홍대 레드로드 상점에는 “수험생 여러분 수고했어” “수험생 응원 혜택”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나 A4 용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수능 이후 홍대를 찾을 수험생들을 노린 것이다.
레드로드에 위치한 닭요리점은 “수능 이후 1~2주 동안 많은 수험생이 홍대 거리를 찾는다”며 “‘수능 할인해주냐’는 문의가 많아 수험표 1개당 음료 1개를 무료로 제공한다. 미성년자인 수험생들의 음주를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레드로드에서 보드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9)씨는 “수험표를 지참하면 이용시간 요금을 할인해주고자 한다. 그동안 누적된 스트레스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용강동의 중식당은 “10여 년 전만 해도 수험생 가족들이 자주 찾아, 탕수육을 무료로 제공했다”며 “지금은 수험생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어 별도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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