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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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3년 연속 동결된다.
정부는 지난 9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기로 했으나 이를 위한 법안통과가 불투명해지자 현실화율을 ‘동결’하는 임시 조처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가온 2025년도 공시가격 산정 때 적용할 현실화율은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도입 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15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 발제를 맡은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공시정책의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2025년 목표 시세 반영률을 현 수준(2020년)과 동일하게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정부의 계획으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인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로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보여준다. 현실화율 69%라면 시세 산정가격이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6억9천만원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세와 공시가격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공시가격을 2030년(공동주택 기준)까지 시세의 90%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화율이 높아지며 아파트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공시가격은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자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로드맵 폐기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3년 공시가격부터는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산정해왔다.
정부는 지난 9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폐지하고 집값 변동을 기초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화율 로드맵 폐지를 위한 법안 개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실화율을 높이지 않는 대신 집값 변동을 기초로 공시가격을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집값 상승 폭이 컸던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의 경우 내년 공시가격과 보유세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국토부는 현실화율 로드맵을 폐지하더라도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 주택 사이 벌어진 시세 반영률을 줄여나가는 작업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수십억짜리 서울 고급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50% 정도에 그치고, 지방 저가주택은 70~80%에 이르는 등 공시가격의 지역·유형별 ‘균형성’ 훼손 문제는 국민도 민감해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을 평가해 균형성 평가 기준에 어긋나는 곳을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하고, 이 지역에서 균형성이 낮은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을 쓴다는 계획이다. 급격하게 ‘키 맞추기’를 하면 국민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시가격 조정의 상한은 ‘2024년 공시가격 대비 1.5%’ 수준으로 검토한다. 국토부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할 조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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