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초도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 내부 모습. PKM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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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지구가 없으면 안 되지만 지구는 인간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지구도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가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제 작품 안에서 사람들이 지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남 신안군이 추진 중인 '예술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도초도에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인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57)은 15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업이 기후변화 위기에 처한 지금, 자연과 인간의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농업이 이뤄지며 자연과 어우러진 도초도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지역민들과 소통하면서 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4년간 건립비 총 47억원이 투입된 그의 설치작품 '숨결의 지구'(2024)는 수국공원 정상에 설치된 직경 8m의 구 형태의 구조물이다. 동굴 같은 입구를 지나 들어서면 대지의 토양과 식물의 푸르름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녹색 타일로 내벽이 채워져 있고, 그 위로 열린 하늘을 볼 수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엘리아슨은 "구조물 안에 들어가면 마치 하나의 작은 지구와 그 자궁 안에 들어온 느낌을 받게 된다"며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작은 어촌마을인 신안군은 유인도 77개를 포함해 총 1004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지방 소멸 위기를 타개할 대응 방안으로 문화예술을 꼽은 신안군은 2019년부터 하나의 섬에 하나의 미술관을 짓는 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른바 '1섬 1뮤지엄'으로 2030년까지 총 27개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구 2300여 명의 도초도에 설치된 엘리아슨 작업은 세계적인 거장들이 참여하는 주요 5개섬 프로젝트 중 첫 번째로 완성됐다. 수국의 섬으로 유명한 도초도의 생태와 자연환경이 작품과 어우러진다. 작품 자체가 미술관 공간이 되는 '대지의 미술관'이다. 엘리아슨은 "도초도가 화산 활동으로 탄생한 섬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주재료로 화산석 타일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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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신안군 자은도에는 리움미술관을 설계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하는 박은선 조각미술관이, 비금도에는 영국의 조각가 앤터니 곰리 미술관이 들어선다. 노대도에는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 작품 9점 이상이 설치될 예정이다. 또 안좌도에는 야나기 유키노리의 '플로팅 뮤지엄'이 건립된다.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는 "현재 27개 미술관 중 16개가 완공됐고, 나머지 11개도 진행 중이다. 제임스 터렐 작품 설치는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엘리아슨은 1997년부터 설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왔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덴마크관 대표작가로 참여했고, 같은 해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터빈 홀에 '날씨 프로젝트'를 설치하며 2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었다. 2019년에는 UNDP 굿윌 기후행동 친선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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