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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이대남, 윤석열 지켜라"vs"'커뮤' 끄고 사람 만나길" 동국대 대자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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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주적은 페미니즘, 윤석열이 희망"
"이재명 등은 남성혐오자" 주장에
"군 복지 삭감, 채 상병 사건이 페미니즘 탓?"
"각종 실정은 윤석열 때문...현실 좀 보라"
한국일보

최근 동국대 서울캠퍼스에 '윤석열을 지켜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손글씨 대자보(왼쪽) 및 해당 대자보를 반박하는 내용의 대자보.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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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남성 혐오자이기 때문에 '이대남'(20대 남성)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손글씨 대자보가 최근 붙었다. 이후 해당 내용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한 대자보가 역시 수기로 작성돼 걸렸다. 두 건의 대자보 사진은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날 새벽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국대 전자전기공학과 23학번 OOO 대자보에 반박 대자보 붙음'이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물엔 사진 2장이 첨부됐는데 1장은 지난 13일 엑스(X)에 올라온 것이다. 동국대 대학원 전자전기공학과 A씨가 '윤석열을 지켜라(20대 남자)'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이름까지 밝히며 써붙인 대자보였다. 또 한 장의 사진은 15일 X에 처음 게재된 것으로 익명의 작성자 B씨가 A씨의 글을 반박하는 내용의 대자보다. 제목은 '제발 커뮤(온라인 커뮤니티) 끄고 현생(현재의 인생) 좀 사십시오'다.

"이재명 등은 사회 번영 무관심한 남성혐오자"


A씨는 대자보에서 "20대 남자...잊지 마라 너희 제1의 적은 페미니즘이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트위터(X의 옛 명칭)로 야한 메시지 한번 보내면 형사처벌. 비동의간음죄 통과되면 여자친구가 너 고소할까 봐 눈치 봐야 한다"며 "너희의 유일한 희망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 게시된 A씨의 손글씨 대자보. X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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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를 자행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던 'N번방' 사건의 본질이 곡해됐다고 주장하면서 "N번방 사건은 '여성의 성적 일탈'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열등감으로 시작됐다"고 썼다. 또 "미성년자 의제강간이 말이 되나. 중3 학생이 X에서 성인 남자를 먹잇감 삼아 형사합의금 3,000만 원을 뜯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예를 들면서 "이재명이 되는 순간 너희는 말도 안 되는 형사처벌에 노출된다. 그들은 이 사회 번영에 관심 없는 남성혐오자들이다. 윤석열을 지켜라"라고 적었다.

"채 상병 죽음도 페미니즘이 묻었나"


이에 B씨는 반박 대자보에서 "(A씨의 글은) 요약하면 페미니즘이 남자들 인생 망치고 있으니 윤석열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밝힌 뒤 본론에서 "청년 예산,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은 페미니즘이 했나? 윤석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 상병의 죽음을 페미니즘이 묻으려 했나. 윤석열이었다. 군 피복 및 급식 예산 삭감도 페미니즘이 아닌 윤석열이 한 것이다. 공약 이행을 제대로 하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B씨는 A씨가 거론한 N번방 문제도 파고들었다. 그는 "여성이 안전하고 싶다는 게 문제인가. 일반 남성이 아닌, 범죄자가 두려워하는 게 N번방 형사처벌이다. 똑바로 보라. 당신의 주적은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A씨의 대자보에 대한 반박 내용이 담긴 대자보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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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그러면서 "저질 일자리 양산, 긴 노동시간과 적은 임금, 취업난 등을 '노력 안 하고 능력 없는 탓'이라는 사회를 만든 게 누구인가. 페미니즘과 20대 여성을 주적으로 삼으면 뭐가 나아지나"라고 일갈했다. 이어 "생각이란 걸 하고 살라.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사람을 좀 만나라. 페미니즘은 적이 아니다. 당신의 삶을 위협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맺었다.

두 대자보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X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메시지 등 다양한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있으나 '이대남이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최초 대자보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다. 반박글에 대해서는 '통쾌하다' '구구절절 맞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남성 사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도 첫 번째 대자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대남을 위해 해 준 게 무엇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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