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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김승호의 시선] 온누리상품권과 모럴 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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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온누리상품권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온누리상품권은 민간의 소비가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점포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매년 발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5조원 수준이었던 발행 금액은 내년엔 5조5000억원까지 늘어난다. 2019년만해도 2조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방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올해 국감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참 기가 막힌다.

온누리상품권 매출 1·2·3위는 대구 팔달신시장에 있는 채소가게였다. 하나는 실존하는 마늘가게였고 두 곳은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였다. 세 가게는 아빠, 엄마, 아들이 각각 주인이었다.

그런데 이들 가게 세곳은 매달 평균 192억원에 달하는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했다. 마늘이 그렇게 많이 팔렸을리는 만무하다.

정 의원은 온누리상품권의 할인율을 고려하면 매달 10억원 가량이 이 가족에게 흘러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족은 소위 '상품권깡'만으로 앉아서 한 달에 1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 돈은 모두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이처럼 온누리상품권을 놓고 곳곳에서 문제점이 불거지자 중기부가 최근 부랴부랴 1차 대책을 내놨다.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기부가 온누리상품권을 악용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15곳을 조사한 결과 13곳에서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7곳은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온누리상품권으로 배를 불린 대구의 가족도 물론 포함됐다.

브로커를 이용해 대규모로 온누리상품권을 거래해 사익을 챙기거나 자전거래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이익을 취한 것이 대표적인 위반 사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2년의 경우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적발건수는 116건에 달하기도 했다. 적발후 조치는 과태료가 107건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서면경고 등은 7건이었다.

72건을 적발한 2023년엔 과태료가 9건에 그쳤고 서면경고 등이 61건으로 대부분이었다.

중기부는 이번에 대책을 발표하면서 법을 개정해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으로 취득한 부당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의 일에 대해선 환수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마늘가게도 마찬가지다.

결국 경찰의 추가 조사에서 처벌 수준이 정해질 수 밖에 없다.

중기부는 이같은 도덕적 해이가 종이 상품권에 국한돼 발생하는 문제로 보고 있다. 카드형 등 디지털 상품권으로 대체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춘 변종 수법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이참에 온누리상품권에 대해 전면적으로 점검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선의의 정책을 악용한 이들에 대한 본때도 반드시 보여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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