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외관 이미지. 기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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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후폭풍이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현지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해온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올해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요건이 엄격해짐에 따라 내년 현지 배터리 공장 완공 시점에 발맞춰 생산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IRA 폐지 검토로 변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부터 중국산 배터리나 소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앞서 미국 정부가 2023년 12월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이 소유·관할·통제하는 모든 기업을 해외우려집단(FEOC)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IRA는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통해 전기차의 배터리 부품을 북미에서 생산하는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는데, FFOC가 생산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결국 기아가 EV9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해도 배터리 부품이나 소재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IRA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셈이다.
기아는 올해 3분기까지 조지아 공장에서 출고된 EV9은 모두 21대라고 밝혔다. 이 중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은 1대다. 미국 내 EV9 월평균 판매량이 약 1800대인 점을 고려하면 조지아 공장은 아직 본격적인 EV9 생산에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EV9은 모두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이다.
기아 관계자는 “현재 조지아 공장에서 EV9 생산이 가능하지만 (생산하더라도) 엄격해진 배터리 규정으로 인해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인 보조금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지아 공장의 EV9 생산 본격화 시점은 현지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완공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SK온과 조지아에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합작 공장을 짓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과도 30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두 공장 모두 내년 가동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을 벗어나 배터리 부품이나 소재의 공급망 다변화 작업에도 진전이 예상된다.
기아의 EV9 생산 속도 조절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등장으로 전기차 전환 정책에 본격적으로 제동이 걸리면 이미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테슬라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전기차 후발주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어 지난달 가동에 들어간 조지아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생산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실제로 폐지한다면 이는 후발주자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사실상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전기차 선두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찬성하고 나선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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