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에 있는 '하나 더 넥스트 라운지' 내부. 곽재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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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의 ‘하나 더 넥스트 라운지’. 지난달 기존 하나은행 지점 옆에 문을 연 ‘시니어 특화 점포'다. 시니어가 은퇴 이후 자산 포트폴리오 설계부터 상속ㆍ증여, 건강 관리까지 노후 준비를 ‘원스톱’으로 상담 받을 수 있다. 은퇴설계전문 상담 인력인 나영 매니저는 “5060세대는 주로 은퇴 설계를, 7080층은 상속·증여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회사원 A(60ㆍ경기도 이천) 씨는 “연말 퇴직을 앞두고 은퇴 이후의 삶이 너무 막막해 방문했다”며 “전문가 조언을 듣고 은퇴 후 생활비와 여행경비 등 기본적인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최근 금융권의 시니어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급격한 고령화로 전체 인구에서의 시니어 비중이 높아지는 데다, 충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가 소비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993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한다.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커지고 있다. 경희대 고령친화융합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시니어 관련 시장 규모는 2030년엔 16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도 발을 맞춰 적극적으로 시니어만을 위한 맞춤형 점포를 선보인다. 상대적으로 온라인에 취약한 시니어층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여 영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하나금융이 시니어 특화 브랜드인 ‘하나 더 넥스트’를 선보였고, 신한은행은 서울 강남과 울산, 수원에 연금 라운지를 열었다. KB국민은행은 개인 맞춤형 은퇴자산관리 전문센터인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를 2020년부터 운영 중이다. 현재 전국에 13곳 지점이 있다. 우리은행은 시니어 플러스 특화 점포를 운영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
점포뿐 아니라 시니어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유언대용신탁이 대표적이다. 피상속인이 보험을 제외한 재산을 금융사에 맡기면 금융사가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는 자산을 굴려주고, 사후에는 유언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가 유언대용신탁이다. 엄격한 공증이 필요한 별도의 유언장 작성 없이 위탁자(고객ㆍ피상속인)와 수탁자(금융회사)가 임의로 계약할 수 있다. 피상속인의 생애주기별 재산 운용은 물론 사망 이후에도 구체적인 유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예컨대 피상속인 A씨가 노후까지 병원비를 포함한 생활비로 쓰다가 사망하면 손자가 서른 살이 됐을 때 신탁계약을 해지해 재산을 물려준다는 식으로 계획을 짤 수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유언대용신탁 수탁액은 지난 2분기 기준 3조5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세는 52.4%에 달한다.
은행과 생보사들은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사망보험금을 활용한 보험금청구권 신탁 관련 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보험사 등)가 관리하도록 지시할 수 있고, 신탁회사는 피상속인이 원하는 구조로 보험금을 운용ㆍ관리해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노후 자산관리부터 유언장 작성, 상속 재산분할, 상속집행까지 한 번에 대행하는 ‘유산 정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혼자 사는 시니어 인구 증가 등 가족 구조가 다변화하면서 이들의 원활한 자산 승계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권은 시니어케어 사업에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금융ㆍ보험사 부수 업무에 ‘재가요양기관’ 설립을 허용하면서다. 금융권에 실버타운ㆍ요양원과 같은 요양 서비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 주도로 내년 하반기 주간보호센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는 요양 특화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경기 성남에 데이케어센터 운영에 들어간다. KB라이프생명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프리미엄 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 실버타운 운영을 시작했다.
금융권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니어 고객의 비중과 자산은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특화된 금융 상품ㆍ서비스는 부족해서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를 맞이해 금융회사는 맞춤 자산 설계, 웰리빙과 웰다잉을 아우르는 종합 상품ㆍ서비스, 관리 채널 확대 등 시니어의 노후 준비 페인 포인트(고객이 경험하는 문제나 불편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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