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ㆍ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
11월 6일 박빙이라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제45대에 이어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내년 1월 취임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은 정치적으로도 우리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가 시행하는 ‘새로운’ 정책이 가져올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바이든 정부와 전혀 다른 정책 철학을 가지고 있는 데다 접근하는 방식이 ‘예측 불허, 상식 초월’로 규정될 만큼 독특하기 때문이다. 45대 대통령 취임 당시 “트럼프에 대해 예측 가능한 것은 그의 불확실성뿐”이라는 얘기가 돌았던 것은 이를 반증하는 예가 된다. 그러나 한번 경험했던 만큼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그의 정책기반에 미국우선주의(MAGA)를 토대로 미국은 더 이상 자기돈 들여서 세계의 경찰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미국인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여 미국을 다시 한번 첨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본산으로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하여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지원을 축소하는 반면 미국이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원유, 가스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승리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국 국민의 실질소득 감소로 ‘샤이 트럼프’가 전면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은 상기한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견제를 위한 블록화라는 형태의 경제체제 경쟁이 진행 중에 있다. 동맹보다는 경제적 실익을 앞세우는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 제1의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서 국제정치 지형 및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우선 대외경제정책 특히, 미국 내 투자 유도방식이다. 이전 바이든 정부에서 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취했던 미국 내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방식을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통해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우리를 비롯한 외국 상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보조금을 믿고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다. 칩스법이나 IRA 개정을 통해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지급 약속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다. 자유우방으로서 동맹국 한국으로보다는 경제적인 거래 상대로서 주둔비용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부자나라 한국이 방위비용을 미국에 전가하여 공짜로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주한 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카드로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셋째, 첨단제품의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의 지속문제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미국의 초당적(bipartisan) 이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품과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시설 상당 부분에 미국 기술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범용반도체는 이미 중국이 자체 생산을 하고 있는 만큼 첨단제품의 대중국 수출과 중국 내 생산이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의한 대중국 수출통제가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런 의미에서 단순한 생각이다.
이상과 같은 지정경학적 변화는 우리 정부 및 기업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트럼프 취임 전이라도 대통령이 먼저 정상 간 접촉을 통하여 캠프데이비드 합의 등 동맹관계 유지 강화의 필요성이 크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노력을 부각시키고, 미 해군 군함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 작업 등 선제적 제안을 통해 그 실천을 담보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캠프 내 주요 인사와 인적 네트워크를 발굴하고 유지·활용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트럼프는 제도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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