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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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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염증성 장 질환은 정복 가능한 만성질환, 꾸준한 치료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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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윤태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중앙일보

진윤태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고혈압·당뇨병처럼 적절하게 치료하고 관리하면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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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 질환은 소화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을 말한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복통·설사·혈변 등 증상이 악화했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며 환자의 일상을 괴롭힌다. 언제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학업이나 업무 활동에 지장받기 일쑤다. 만성질환이어서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만큼 치료도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의 대가로 꼽히는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진윤태 교수에게 염증성 장 질환의 특징과 대처법을 들었다.

Q :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어떤 차이가 있나.

A :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크론병과 달리 궤양이 얕고 직장에서 시작돼 위로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 설사와 혈변, 잔변감 등이 주 증상이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장의 협착이나 천공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주로 복통과 설사·빈혈·발열을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Q :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A : 과거에는 국내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드물었지만, 최근 유병률이 많이 증가했다. 2017년 약 6만 명이던 염증성 장 질환자는 2022년 약 8만6000명으로 5년 사이 30%가량 늘었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적 소인과 함께 서구화된 식습관과 장내 미생물 이상, 스트레스 증가, 흡연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더 큰 문제는 10~30대 젊은 환자의 유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학업이나 사회경제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주로 발병하는 만큼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Q : 완치 개념이 없는 질환인데, 어떻게 치료하나.

A : 염증성 장 질환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도 장기적인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염증을 가라앉혀 증상이 사라지는 ‘관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염증 치료가 핵심이다. 염증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빠른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치료가 약간 다르지만, 항염증제와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제제, 생물학적 제제가 주요 치료제로 사용된다. 약물로도 효과가 없거나 합병증이 생겼을 땐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

Q : 다행히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다.

A : 그렇다. 최근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치료 약제가 많이 나와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점막 치유 상태까지 달성해 좋은 예후를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새로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종양괴사인자(TNF)의 과도한 작용을 차단해 많은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과거엔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진료 현장에서도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엔 치료 여건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치료 옵션이 다양해진 만큼 환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맞춤 적용하고 있다. 난치병으로 여겨지던 염증성 장 질환도 고혈압·당뇨병처럼 적절하게 치료하고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Q :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중요할 것 같다.

A :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증상이 좀 나아지면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약물 복용을 멈추면 급작스러운 병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고, 재발을 막기도 어렵다. 약물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져 결국 더 강한 효과와 부작용을 지닌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기존 치료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치료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 장기전 치료에서 질환을 철저히 관리할수록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Q :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염증성 장 질환을 진단받으면 대부분 낙담한다. 하지만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질환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됐고, 증상 조절을 위한 좋은 약제들도 많이 나와 있다. 치료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충분히 정복 가능한 만성질환이라고 본다. 주치의와 환자가 긴밀히 소통해서 증상에 맞게 치료를 지속하면 관해 상태를 유지하며 문제없이 평범한 삶을 지켜낼 수 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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