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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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으면서, ‘진영 간 전면전’을 불사하며 대여 투쟁의 수위를 끌어올려온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대장동 등 선거법 위반보다 사안이 위중한 재판이 연이어 기다리는데다, 첫번째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서 대정부 투쟁을 이끌어야 할 이 대표의 운신 폭도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어진 탓이다.
법조인 출신의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17일 한겨레에 “이럴 때일수록 이 대표가 통 크게 ‘이런 법원 판결조차 우리가 안고 가야 한다’고 말하고, 당 지도부도 절제를 많이 해야 한다. 사법부를 등져봐야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두고 “정치 탄압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박찬대 원내대표)이란 거친 비판을 쏟아내는 등 당의 전반적 분위기가 사법부와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자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앞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지난 16일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 대표 1심 선고 내용을 규탄하기 위해 소집된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에서 “재판부의 오판에 대해서 명확하게 비판하고 싸우되, 앞으로 있을 사법부의 후속 판결에 대해 정당한 요구를 하는 적절함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문제는 격앙된 당내 분위기다. 이번 1심 판결을 ‘정권 차원의 기획’으로 보고 한층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원들 사이에서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법 처리도 안갯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가결된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겠다며 여당 의원의 동참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판이 어그러졌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모처럼 찾아온 국정 주도권 회복 기회를 잡으려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의원들도 여기에 호응하면서 재표결 때 추가 이탈표가 나오기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주말 장외 집회의 기조를 어떻게 끌고 갈지도 고민거리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지면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야권이 제기하는 ‘임기 단축 개헌’이나 ‘자진 사퇴’ ‘탄핵소추’ 등의 주장이 국민에게는 정당한 정치적 요구가 아닌, 정략으로 비칠 우려가 커졌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이어온 집회가 자칫 ‘이 대표 무죄 선언’ 집회로 변질될 경우, 대여 투쟁의 동력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 대표 주변에선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쥐기 위해선 지지층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여론의 호응을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이 대표의 측근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은 무혐의를 받고 김혜경씨의 10만원어치 법인카드 유용은 벌금 150만원형을 받은 점, 윤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는 무혐의, 이 대표는 징역형을 받은 점 등은 불공정의 문제라는 데 국민들이 움직일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장은 ‘정권 퇴진’ 구호보단 여론전을 통한 저변 확대가 유효하단 것이다.
이 대표의 중형 선고로 반전의 기회를 잡은 비주류 역시 당 주류의 보폭과 여론의 추이를 보며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낙선한 친문재인·비이재명계 의원들 모임인 ‘초일회’ 관계자는 “당내 여론이 워낙 경직돼 있어 국민 여론을 보며 움직여야 공간이 생긴다”며 “상황을 보며 2~3월은 돼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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