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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우크라에 러 본토 때릴 장거리미사일 허가…北파병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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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제18 야전포병여단 321 야전포병연대 3대대 소속 병사들이 2021년 12월 14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드 미사일 사격장에서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의 초기 버전 실사격 시험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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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동시에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NYT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의 러시아 내부 표적 타격 사용을 허용했다. NYT가 기사에서 인용한 미 당국자들은 해당 미사일이 초기에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ATACMS 사용 허가 배경에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NYT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ATACMS가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이번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군에 그들의 군대가 취약하며 더 많은 병력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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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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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개전 후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군사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거듭 요청해왔다. 하지만 확전을 우려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지원받은 무기 역시 그런 용도로 쓰면 안 된다는 제한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공세 이후 미국이 지원한 무기에 대한 제약을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하르키우 방어 목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약 50마일(약 80㎞)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ㆍ하이마스)으로 국경 바로 너머에 있는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 그러면서도 사거리가 약 190마일(약 300㎞)에 달하는 ATACMS의 사용은 지금까지 허용하지 않았다.

일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무력 보복할 가능성 등 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거리가 긴 미사일 사용을 허가해 얻는 장점이 확전의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닿을 수 없었던 중요한 표적을 타격할 수 있게 되고, 미국이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따른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쓰지 않으면 러시아가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지난 8월 공세로 뺏긴 자국 영토를 전부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으로 대규모 공세에 나설 태세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대결로 간주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약 두 달 앞두고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며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그대로 가져가는 조건으로 전쟁을 종식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향후 러시아와 휴전 협상에서 러시아에 뺏긴 자국 영토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를 맞바꾸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탈환하면 교환할 러시아 영토가 사라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제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 향후 종전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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