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in-터뷰] "중국 뇌질환 진단·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에 도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희석 기자]
라포르시안

사진 왼쪽부터 헨리 젱(Henry Zeng) 베이징 라도 대표이사, 빈준길 뉴로핏 대표이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포르시안]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내 전국 60세 이상 인구는 2억9697만 명으로 전체 인구 중 21.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2억167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4%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미 2022년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230년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만성·노인성 질환 발생률 증가로 의료기관·요양시설 등 의료 인프라와 의료서비스 수요 급증을 불러오며, 이는 곧 정부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일본·한국에 비해 뒤늦게 인구 고령화가 시작됐지만 그 규모와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보건의료를 비롯해 사회·경제 각 분야에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국민건강계획·양로 서비스 체계 개편·재활 로봇산업 발전계획 등 다양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알츠하이머병·치매 등 노인 환자를 위한 요양보험 정책 추진 계획을 수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전 세계 세 번째 허가국일 정도로 뇌 질환 극복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기업 뉴로핏(대표이사 빈준길)은 이 점에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치매 등 뇌 질환 진단 치료 가이드 치료제 효과 모니터링·예후 관찰 등 AI 기반 뇌 영상분석 기술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마침 지난해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3) 기간 중국 로컬기업 '베이징 라도'(BEIJING LADO·이하 라도)를 만나면서 현지 진출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양사는 이후 지난달 30일 뉴로핏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스케일 펫'(Neurophet SCALE PET)에 대한 중국 내 독점 판매 계약 체결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영준 뉴로핏 최고사업책임자(Chief Business Officer·CBO)는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라도와의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 배경과 현지 시장 진출 계획을 소개했다.

라포르시안

문영준 뉴로핏 최고사업책임자(Chief Business Officer·CBO)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라도는 영상의학을 비롯한 핵의학·신경과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GE헬스케어·필립스·지멘스와 같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및 IBM·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중국 내 주요 고객사로는 PET 장비를 보유한 약 500개 기관이 있으며, 300여 곳의 대형병원이 라도의 핵의학과 관련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앞서 독일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인허가를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중국 내 핵의학과·영상의학과·신경과와도 상당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라도는 뉴로핏 제품의 신속한 인허가와 영업·마케팅·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도가 중국 내 대리점으로서 올해 연말부터 연구용으로 판매 예정인 뉴로핏 스케일 펫은 PET 영상을 활용해 방사성 추적자(tracer)로 표식된 바이오마커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타우 단백질을 비롯해 뇌신경 세포 대사 감소(FDG)·도파민 등 다양한 뇌 영상 바이오마커를 타깃으로 하는 PET 추적자의 SUVR(Standardized Uptake Value Ratio·표준 섭취 계수율) 값을 자동으로 제공한다.

PET 영상 촬영은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인 물질을 정맥에 주사하고 그 물질이 몸속에서 사용되는 모양을 확인 후 기능적인 변화를 찾아내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특히 뇌에 침착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확인하는 아밀로이드-PET 영상 검사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데, 뉴로핏 스케일 펫은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사성 추적자를 이용한 PET 영상을 분석할 수 있어 중국 내 알츠하이머성 치매·파킨슨병 등 광범위한 뇌 질환 진단 보조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로핏이 라도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결정한 배경에는 뉴로핏 스케일 펫 판매를 넘어 중국 의료진·의료기관에 커스터마이징 한 현지화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있었다.

문 책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의 첫걸음은 인허가다. 외국 기업인 뉴로핏이 NMPA 인허가를 가장 빠르게 받는 방법은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고, 라도 역시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초 계약 체결 후 북경에 설립 예정인 조인트벤처는 빠른 시일 내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향후 고객병원의 요구사항과 피드백을 수렴해 현지화·맞춤형 AI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현재 의료기관에 설치된 약 500대의 PET 장비를 3년 내 1000대까지 확대하는 국가계획을 발표한 것은 물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를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허가하는 등 핵의학·영상의학·신경학 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예정돼 있다"며 "조인트벤처 설립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의 알츠하이머병·치매 등 뇌 질환 진단·치료제 시장을 뉴로핏이 빠르게 선점해 후발주자를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라포르시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로핏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뉴로핏 스케일 펫을 필두로 '뉴로핏 아쿠아'(Neurophet AQUA)·'뉴로핏 아쿠아 AD'(Neurophet AQUA AD)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뉴로핏 아쿠아는 뇌 MRI 영상을 AI 기술로 정량 분석해 알츠하이머병·혈관성 치매 등 신경 퇴화 질환에서 관찰되는 뇌 위축·백질 변성을 분석하는 뇌신경 퇴화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환자의 뇌 영상을 35개 주요 뇌 영역으로 분할해 영역별 위축에 대한 패턴을 분석한다.

또한 임상으로 확인된 분석 실패율은 0% 수준으로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으며, 단 5분 만에 인종·나이·성별에 관계 없이 뇌 영상 분할·분석이 가능하다. 이밖에 분석된 결괏값을 바탕으로 동일 연령·성별 정상인 대비 뇌 부피 위축도·노화도 및 백질 변성 분석 등을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 형태로 제공한다.

뉴로핏은 특히 레켐비와 최근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일라이 릴리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 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뉴로핏 아쿠아 AD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뉴로핏 아쿠아 AD는 MRI와 PET 영상을 정량 분석해 항 아밀로이드 치료제 투약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뇌 영상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AI 솔루션으로 투약 전 환자의 치료제 처방 적격성을 판단하고, 투약 중 치료제로 인한 뇌출혈·뇌부종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ARIA)을 모니터링하며, 투약 후에는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 감소에 따른 치료제 투약 효과 분석이 가능하다.

문영준 뉴로핏 최고사업책임자는 "레켐비·키순라와 같은 항 아밀로이드 치료제는 약 처방 및 이후 ARIA 여부 등 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해 1년에 최소 5회 정도 MRI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뉴로핏 아쿠아 AD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투약 과정에서 필요한 뇌 영상 바이오마커 분석을 제공하는 만큼 중국 내 레켐비 처방이 본격화되면 의료기관에서의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로핏은 알츠하이머병·치매 진단 보조부터 치료제 처방·치료 효과·안전성 모니터링까지 전주기 토털 솔루션을 보유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워 베이징 라도와의 조인트벤처를 거점 삼아 중국 의료진에게 임상적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뇌 질환 진단·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