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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단독] 40여개 광역버스 노선...“적자 쌓여 면허 반납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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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출근시간에 경기도와 인천 등에서 온 광역버스가 서울 을지로의 도로를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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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서울과 인천 등지를 오가는 40여개 광역버스 노선이 내년에 운행 중단되거나 해당 버스회사들이 아예 노선면허를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출퇴근 대란이 불가피해진다.

정부가 이들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재정 지원금이 물가 인상률 등을 반영하지 않는 탓에 운행할수록 적자만 더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와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논란이 되는 버스 노선은 지난 2022년 경기도에서 대광위로 이관된 65개 노선(25개 회사, 659대) 중 내년에 노선면허 갱신 대상인 47개 노선(485대)이다. 운행회사로는 21개다.

대광위는 2019년부터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운행되는 광역버스의 안정적인 운영 및 서비스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추진해왔으며, 내년까지 경기도의 광역버스 192개 노선을 이관받을 예정이다. 현재 대광위 운영 노선은 150여개다.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관할 내 모든 버스의 수입을 공동관리하고 회사별 운행실적에 따라 수입을 배분하고 적자를 보전해주는 서울시 등의 방식(수입금공동관리형)과 달리 노선별로 입찰을 통해 최저 보조금을 제시하는 업체에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면허를 부여하는 형태(노선입찰제)다.

이런 과정을 거친 광역버스 노선 중 47개 노선이 내년이면 5년 기한이 끝나 추가로 4년을 더 운행할 수 있도록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해당 버스업체들이 “현행대로라면 더는 운행이 불가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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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광역버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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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물가 인상 등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대광위의 준공영 노선 재정지원 지침에 대한 불만이 크다. 대광위와 버스업체가 맺는 협약금액은 1년 단위로 조정되지만, 운전직(버스기사) 인건비만 인상될 뿐 정비비·보험료·기타차량유지비·일반관리비 등은 이관 당시 금액으로 고정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협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매년 금액 조정 때 물가 인상분은 반영해줘야 하는데 인건비 외에는 다 동결시킨 탓에 운행할수록 적자가 커지고 있다”며 “2022년 이관 노선(65개) 전체에서 누적 적자가 12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2022년에 광역버스 노선을 경기도에서 대광위로 이관할 때 적용한 단가는 경기도가 전년도인 2021년에 실시한 버스업체 재무현황조사를 근거로 했다. 버스 한 대당 일일 운영비용으로 책정한 금액은 54만 9613원이었다.

이후 대광위가 지난해 협약단가로 책정한 금액은 62만 4660원으로 7만 5000원가량이 올랐다. 인상률은 13.7%로 얼핏 작지 않아 보이지만 세부항목을 보면 기사 인건비와 감가상각비만 올랐을 뿐 정비비·일반관리비 등 다른 항목은 모두 동결됐다.

반면 올해 경기도가 실시한 2023년 버스업체 재무현황조사에서 나온 일일 운행비용은 67만 4381원으로 대광위의 협약단가보다 4만 9000원가량이 많다. 다른 버스업체 임원은 “경기도 조사는 회계전문가로 팀을 꾸려서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당 버스업체들은 대광위의 재정지원 지침을 물가연동 인상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또 이관 당시 방침은 유지하더라도 이관 뒤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면허 갱신 시에는 운송원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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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많이 쓰는 CNG 충전소는 안전 우려와 민원 탓에 주로 외진 곳에 있다. 사진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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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정산 방식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대광위는 실제 여객운송을 위해서 운행한 거리만 실비 정산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연료 충전을 위해 빈 차로 오가는 거리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역버스가 많이 쓰는 CNG(압축천연가스) 충전소의 경우 시민 안전과 민원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한 번 충전을 위해 공차로 왕복하는 거리가 상당한데 이를 반영하지 않는 건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서울과 경기도는 이 비용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버스업계에선 당장 내년도 대광위의 관련 예산을 현재(1519억원)보다 320억원가량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준공영제 재원은 국비 50%, 지방비 50%(도 15%, 시·군·구 35%)로 채우는 구조여서 대광위 예산이 늘면 지자체도 예산을 더 편성하게 된다.

대형버스업체 고위 관계자는 “대광위와 기획재정부, 국회 등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적자를 보면서 버스를 운행하긴 어렵다”며 “여러 회사가 버스 운행 중단이나 노선면허 반납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운행 중단이나 면허반납이 현실화된다면 한동안 출퇴근 대란은 피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광위도 어느 정도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정송이 대광위 광역버스과장은 “업계 요구를 인지하고 있고, 국회 심의 결과와 예산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역버스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희업 대광위 위원장도 “업계 요구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느 정도 반영시킬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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